발전설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가격산정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인수자인 한국중공업과 양도자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간에 자산평가액이
각사당 최고 3천억원가량의 차이가 나 자칫 빅딜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와 삼성은 한중측의 자산평가기관인 CSFB가
기업가치평가방식인 DCF(미래수익가치할인) 방식을 통해 이관설비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양사에 불리한 전제를 채택했다고 주장,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중공업의 경우 선박엔진의 미래수익가치산정에서 삼성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쓰던 선박엔진부분(40대중 30여대)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선박엔진설비의 미래수익가치를 대폭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전설비부문은 지난해 빅딜이 발표된 이후 해외 등지에서 수주가 단절된
것을 감안해 발표이전 시점의 영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도 최근 1년의
영업실적을 기준으로 미래수익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양도자인 현대나 삼성의 입장이다.

당초 한중의 평가대행기관인 CSFB는 UBS(현대) HSBC(삼성)와 DCF방식의
가치산정에 필요한 주요전제(Key Assumption)에 각각 합의했으나 이를 나중에
한중에 유리하도록 바꿨다는 것이 양사의 주장이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의 선박엔진과 발전설비(보일러)는 당초 자산가치로
상정하고 있던 3천5백억~3천8백억원이 아닌 수백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현대 역시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현대는 CSFB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3사는 현재 DCF방식의 가치산정 전제에 대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17일로 예정됐던 3사의 빅딜합의가 타결될 전망은 극히 어두운 상태다.

2차시한인 22일에도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고위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평가기관의 이관자산 평가금액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만큼 제시된 가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평가금액 수용을 거부하는 건 빅딜추진을 발표한 재계의
선언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중측은 "삼성과 현대로서는 약간 불만이 있을 수도 있으나 평가금액에
대해 3사가 상당한 의견접근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양수도계약체결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