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근 < 서울고속버스터미날 대표이사 >

88년 서울 올림픽때 개막식 등 주요 행사장 암표가 극성이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일부 외국인들은 목에 푯말을 걸고 행사장 입장표를 팔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같은 "티켓 구하기 전쟁"은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뿐만이 아니다.

명절때마다 버스터미널이나 철도역사에서 벌어지는 귀성표도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는 방법은 그 사회발전의 정도를 가늠
하는 중요한 척도중 하나다.

취업인구가 증가할 때 적절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실업률이 높아져
사회불안의 요소가 된다.

또 생필품 등 각종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적절한 물자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물가가 오르게 된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관리해 사회적 일체감을 유지하면서 난제를 풀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문제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문화형태가 다양하여 문제 해결의
모범답안이 각각 다르다.

하지만 수혜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수요자들도 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따라 사심없는 문제관리를 하는 것은 공통적일
수밖에 없다.

공급이 부족한 경우 수요자의 대응방법 또한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청탁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이 가장 보편적 현상
으로서 사회비리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이제 곧 추석이 다가 온다.

연례행사인 민족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예외없이 귀성표 구입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고속버스터미널 사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으로서 걱정이 된다.

어떤 분은 미리 귀성표를 예매하여 편한 마음으로 고향을 다녀 올 것이다.

그렇지 못한 분은 청탁을 통해 귀성표를 구하거나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여
고향을 다녀올 것이다.

올해부터는 "예매제도"를 극대화하는 한편 청탁을 사절함으로써 승차권
예매문화를 한단계 더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승차권 발매현황을 알아보고 신용카드
로 예매가 가능하도록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또 전화안내센터를 개설하여 각종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청탁에 의존하려는 분들이 있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원래 우리 민족은 따뜻한 정이 넘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서로 감싸 안고 뭉쳐 국난을 극복하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이용될 때는 "청탁문화"라는
사회병리적 현상을 초래하여 국가발전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청탁문화"는 과거의 일로서 정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IMF 여파로 아직도 어려운 시기다.

이제야말로 질서와 합리성이 우선하는 사회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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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