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버그스텐 < 미 국제경제연구소 소장 >

달러가치는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

막대한 무역적자 등 미국경제의 실상을 감안할 때 달러가치 하락은 불가피
하다.

달러가 떨어져야 하는 데는 4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다.

올해 미국 무역적자는 작년보다 7백억달러 이상 늘어난 2천4백억달러에
이를 것 같다.

이에따라 경상적자는 3천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일본의 엔화 및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달러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던 지난
80년대 중반때보다 훨씬 더 많은 적자이기도 하다.

미국이 안고 있는 대외빚(순외채)도 1조5천억달러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가치가 안떨어진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이같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외채는 일본과 유럽의 과도한 대미 무역흑자
때문이다.

일본의 대미 흑자는 올해 사상최대인 1천2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막대한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때문이다.

유럽의 대미 흑자는 일본에 비해서는 적지만 그래도 연간 수백억달러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이 최근 밝혔듯이 올해는 80년대 중반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하락의 두번째 요인은 과도한 무역적자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업계는 정계를 비롯해 관계 당국에 수입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기계류 반도체 조선 섬유 및 농업분야도 수입품의 범람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달러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가격경쟁력이 커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보호주의자들의 공세는 매스컴들로 하여금 무역적자와 관련 문제점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며 매스컴은 행정부와 의회에 빠른 시일안에 무역협상
기구를 신설하라고 촉구할 것이다.

이 경우 지금의 클린턴행정부와 차기 행정부는 무적적자를 줄이기위해 달러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앞으로 달러가치가 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달러가치가 하락해야 할 세번째 이유로 유로화의 출범을 꼽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의 경기둔화로 유로가치가 맥을 못추고 있다.

하지만 내년쯤 유럽경제가 살아나면 달러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유로화가 언젠가는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라는 인식은 이미 널리 확산돼
있다.

앞으로 외환딜러들은 지금까지의 달러중심의 투자와 거래에서 벗어나 유로화
거래 및 투자비중을 늘릴게 분명하다.

특히 몇년안에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투자처가 바뀌게 될 금액이 적게는
5천억달러에서 많게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의 부상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

EU는 세계 각국의 수요증가로 자본과 통화 공급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경상수지 균형을 회복하려면 유로화가 10%가량 평가절상돼야 한다.

달러화 평가절하의 네번째 이유는 미국의 경기팽창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4분기 성장률은 1.8%로 1분기의 4.3%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특히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구조적인 면에서나 경기사이클상으로 볼 때 대세는 달러가치의
하락이다.

세계의 기초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달러가치의 적정수준은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각각 유로당 1.15~1.25달러, 달러당 1백엔이다.

이는 달러가치의 추가 하락을 유도, 지난 71~73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엔화의 급격한 가치상승은 회복조짐을 보이는 일본경제의 뒷덜미를
잡을 수 있다.

또 유로화 가치의 급상승은 국제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는데는 일조할 수
있지만 유럽대륙에서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역시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무역적자 폭을 줄이고 향후 2~3년간 미국내
보호주의 목소리를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인해 물가불안 등 인플레가 초래될 수 있다.

또 경제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금리상승도 자명해진다.

이처럼 달러폭락의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달러가치는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지않도록 점진적으로 하락하는게 바람직
하다.

이를 위해서는 EU와 일본 미국 등 G3는 환율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경제가 갑작스러운 달러폭락으로 큰 충격을 받기전에 적정환율을 설정,
이를 유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최선의 방안은 G3가 목표환율대(target rate)를 정해 이를 관리하는 것이다.

< 정리=방형국 기자 bigjo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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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이 최근 미국
CNN방송의 "머니라인"프로그램에 출연, 밝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