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 한국은행 총재 >

[ 도서명 : ''네덜란드의 기적''

A Dutch Miracle-Job Growth, Welfare are Reform and Corporatism in
the Netherlands

(by Jelle Visser & Anton Hemerijck, Amsterdam University Press,
Amsterdam,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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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없는 사람은 꿈을 지닐 수 없다.

꿈이 없는 사람은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

이상이 당장의 실현성을 약속하지는 않으나 삶의 가치와 목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상의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현실의 날개를 펼치고자 한다.

결코 이상에서 과학성을 잃고 허무로 흩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지금 후기산업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현실성 높은 이상은
"인간의 얼굴을 지닌 시장경제사회"의 구축이다.

극단적 경쟁세계에서 빚어지는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에서 패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 핵심은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경제사회"의 구현일
수밖에 없다.

그 실현성을 제시한 것이 "네덜란드의 기적(A Dutch Miracle-Job Growth,
Welfare Reform and Corporatism in the Netherlands )" (by Jelle Visser
& Anton Hemerijck, Amsterdam University Press, Amsterdam, 1997)이다.

"네덜란드의 기적"은 그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일자리 증가, 복지체제
개혁및 새로운 기업주의의 구현이다.

특히 임금의 유연화, 복지개혁및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통해서 후기산업시대
에 적응하는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중점을 두는 것이다.

독일 등 유럽 국가는 1980년대말부터 정보통신및 산업의 서비스화 가속.노동
시장의 경직성.총체적 복지국가의 지향 때문에 10%이상의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무려 9년에 걸친 장기간의 고도성장과 저실업의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무한성을 약속할 수는 없으나 경제의 이상은 "일하지 않는 복지" 구현의
병리를 극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네덜란드도 "일하지 않는 복지" 실현의 병리를 극복하고 산업권.
사회권 및 노동권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 복지체제를 구현하고자 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유연성을 보장함으로써 세계적 경쟁력을
배양하면서도 후산업시대에 알맞은 일자리 제공체제를 추구한 것이다.

J.리프킨이 예견한 "노동의 종말"에서처럼 고도의 정보통신 서비스 발전으로
노동조건은 종신고정형에서 자유임시고용형으로, 다수의 단순노동(80%)에서
소수의 수재형 노동(20%)으로, 고정급에서 능력급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2차대전후 베버릿지형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총체적 사회보장체계가
현실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정책과 인식의 대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사회통합과 경제적 독립의 엔진"으로 인식한데
근거한다.

첫째가 임금의 유연화다.

둘째는 기여한 만큼의 복지를 지향하는 사회복지 이념의 대전환이다.

셋째는 기업의 성장성을 사회적 합의로 밑받침하는 것이다.

그 결과 1991년부터 1996년까지 EU(유럽연합)의 평균 실업률은 11.1%인데
반해서 네덜란드는 그 절반수준인 6.2%에 그쳤다.

비록 임시고용형의 취업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노동의 증가,
특수재능인의 자유노동 증가, 지식산업의 격증 등을 통해 서 세계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가히 네덜란드의 기적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관성과 시대흐름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금의
유연화, 대가 없는 복지의 악순환 단절및 기업주의에 대한 적응성을 높이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적을 이루기 위한 개혁의 성공조건은 첫째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다.

기초는 정확한 현실인식이다.

정확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사회적 동의는 개혁성공의 결정적 요인이다.

둘째는 기득권층의 반대 극복을 위한 정책의 신뢰성과 시민 참여망의
구축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안정과 의지,장기적 일관성이 불가결의 요소이다.

셋째는 기업주의의 회복이다.

정부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제도와 질서를 구축시켜 주는
"움켜잡는 손"의 범주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물론 자유방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절제된 기업주의(Truncated Corporatism)"의 지향이다.

우리는 이제 막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체제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생산적 복지를 기본 정책기조의 하나로 삼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네덜란드의 기적은 매우 중요한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대화의 역사는 우리보다 1백50년 이상 길지만 무자원 소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