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에 꽃핀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최근 출간된 "마지막 라운드"(제임스 도드슨 저, 정선이 역, 아침나라,
1만원)는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와 골프 여행을 떠난 아들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다.

그냥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감동적 논픽션
이다.

저자가 골프기자겸 작가이기 때문인지 골프 코스를 주무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테마는 골프가 아니다.

"아버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슬픔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이 중심 화두다.

두 사람은 골프의 성지인 세인트 앤드루스까지 그야말로 마지막 라운드를
떠난다.

친구처럼 다정한 부자간의 관계는 가부장적 수직구조가 아니라 생의
동반자인 수평구조로 그려져 있다.

2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아버지와 함께 죽음의 문턱에서 스코틀랜드의 필드를
순례하며 시한부 행복을 누리는 모습은 아름답고 눈물겹다.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면 존중하는 마음도 커지는 법이다.

아들은 여행길에서 아버지의 인생에 감춰진 여러 비밀을 알게 된다.

삶의 고빗길에서 아버지가 했던 조언과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던가도 깨닫는다.

인생에는 어렵고 힘든 일이 많지만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것도 우리들의
의무라는 걸 배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골프의 각 라운드처럼 잔디위로 감동의 무늬들이
번져간다.

샷 하나하나에 인생이 담겨있다는 골프.

주인공들은 인간과 골프의 관계를 미소와 눈물로 교차시키면서 삶의 교훈을
일깨워준다.

문체도 부드럽다.

잔잔하고 정감있는 문장을 따라 읽다보면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이들의 여정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떠오른다.

몇년전 나온 돈 슈나이드의 "절벽산책"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학교수인
40대 가장이 실직의 아픔을 딛고 목수로 거듭나는 과정과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화에 근거한 얘기이면서 고난을 이기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진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골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초보자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절망의 늪에서 극적인 "굿 샷"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멋진 게임이 바로
골프 아니던가.

두 사람의 골프여행에 동행하면서 텐베리, 로열 리덤, 카누스티 등 세계적인
명문코스를 섭렵하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