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가 일으킬 재앙은 우려하는 것보다 작을
수 있다.

미사일 오발로 전쟁이 일어나고 평생을 모은 재산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극단적인 일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만의 하나''인 경우다.

0.01%의 확률이 당사자에게는 1백%일수밖에 없는 확률의 함정에 Y2K의
재앙은 도사리고 있다.

보다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2000년 1월1일 0시에 이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 의료 =문제가 생기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분야다.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장비다.

일정한 간격으로 약품을 주사하는 주입 펌프,심장박동 감시장치, 이식형
심장박동기, 혈액투석기 등 시간과 관련된 장비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밖에 입원한 환자의 병력이 없어져 버리거나 환자의 나이를 잘못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의료보험기록이 없어지는건 어쩌면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 금융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분야다.

수십년간 저축한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1년전에 대출받은 돈의 이자를 99년전에 빌린 것으로 계산해 청구서를 받는
일도 생길 수 있다.

2000년이 1900년으로 잘못 인식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결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99년12월22일에 결제하는 카드 대금에 99년치 이자가 함께 청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분야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특히 정보통신부는 금융분야의 Y2K 대비 정도가 99.9%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 유통 =유효기간을 잘못 인식해 멀쩡한 제품이 대량으로 폐기될 수 있다.

유통기한이 1900년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99년12월31일에 배달될 가구 주문이 99년이 지난 것으로 간주돼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

<> 주민등록과 학사행정 =태어난지 몇 달밖에 안된 신생아가 1백살의 노인
으로 둔갑할 수 있다.

대학의 학번체계도 문제다.

2000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1900년에 입학한 것으로 취급될 수 있다.

99년에 휴학했다가 그 이듬해 복학한 학생의 경우 1백1년동안 휴학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 군사 =일부에서는 미사일이 잘못 발사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미사일 자체의 문제보다는 간접적인 이유로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위성항법장치의 오동작으로 어선이나 군함이 다른 나라의 영해를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군 제1함대사령부는 동해안에서 조업하는 어선 6천여척이
1백70여종의 위성항법장치를 갖고 있으며 이중 적어도 50여종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위성항법장치의 고장으로 어선들이 북방한계선을 넘어가 남북한간에 군사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 전력 =전력이 중단되는 사태도 점쳐볼 수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 간접적인 영향 =Y2K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비율을 50대50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간접적인 영향은 2000년이 지난 뒤에 발생하는 경제적 법적인 문제가
주류를 이룬다.

Y2K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법정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보상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9년말에는 Y2K에 대한 지나친 걱정 때문에 비상식량 의료용품 생활용품
등의 사재기 현상이 극성을 부릴 수도 있다.

2000년 문제 대비를 위해 은행들이 12월31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휴무키로
한 것도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

가뜩이나 설연휴로 자금이 많이 풀리는데 고객들이 휴무기간에 쓰기 위해
대량으로 현금을 인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김경근 기자 choic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