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공공부문 개혁을 주도하는 기획예산처의 요즘 형국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 개혁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재계도 공공개혁이 미진하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반면 예산처 건물앞에는 연일 노동계의 시위가 그치질 않는다.

예산처가 공기업에 내려보낸 예산편성지침도 사업장별 단체협약을 우선
한다는 노.정합의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파문도 예산처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었다.

실제로 당초 올해안에 마치기로 한 공공부문 법정퇴직금 개선방안도 현장
에서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 처우개선책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공개혁
은 인기없는 상품으로 전락해 가는 분위기다.

각 부처도 예산처의 일부 개혁방침에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현한다는 후문
이다.

공공부문 개혁 구심점인 예산처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개혁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다"며 속도가 떨어지자
반개혁 세력의 거센 저항을 받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예산처는 이에 따라 최근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기존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 구조조정을 재점검 하는 한편 민생부문 개혁
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산처는 "지금껏 추진해온 개혁을 착실하게 실천하면서 개혁의 성과가
국민의 피부에 와닿도록 개혁과제를 발굴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달부터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우수혁신
사례를 정례적으로 보고토록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대통령이 직접 공공개혁을 챙기겠다는 얘기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