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델은 여러면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우선 양쪽 다 미국인이다.

둘 다 대학교를 중퇴했다.

또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다.

두 사람 모두 프라이버시를 끔찍하게 중요시해 가족 및 사생활을 절대
공개하려 들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게이츠는 윈도우즈라는 무기로 "소프트웨어업계의 황제"에
등극했고 델은 인터넷 직접판매를 통해 ''하드웨어 업계의 왕자''가 됐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가 타이틀 방어전을 거듭하고 있는 권투 챔피언이라면 델은 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려는 높이뛰기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델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세계 2위 PC메이커 델 컴퓨터는 최근 몇년간
인터넷을 통한 판매에 박차를 가하며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델 컴퓨터가 세계 1위
자리에 오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겉보기에도 소박해보이는 델은 어렸을 때부터 도무지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었다.

텍사스 토박이인 델은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컴퓨터 "애플II"의 뚜껑을
열어 마더보드를 검사해 보는게 취미였다.

또 록그룹 도어스와 롤링스톤즈에 열광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금융회사의 브로커로 일하는 어머니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델은 83년 텍사스 오스틴대학에 입학할 때도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의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학과 공부엔 영 관심이 없어 주로 컴퓨터를 뜯고 고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당시 대학에 같이 다니던 친구는 "내 기억속의 델은 항상 소매를 걷어
부치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친구였다"고 회상한다.

낡은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던 델은 문득 뇌리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중고 IBM PC를 사들여 업그레이드한 후 인근 사업체를 가가호호 직접
방문해 되파는 것이다.

그러기를 몇달.

마침내 델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기 위해 2학년 진급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부모들은 몹시 분개했지만 결국은 아들의 고집에 꺾여 이를 허락하고
말았다.

단, 그 해 여름벌이가 신통치 않으면 다시 복학할 것을 조건으로.

하지만 그는 결코 캠퍼스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단돈 1천달러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불과 한달만에 그는 자그마치
18만달러어치에 이르는 PC를 팔아치웠다.

그로부터 15여년이 흐른 지금 델은 세상에서 가장 돈많은 사람중의 하나가
됐다.

이제 겨우 34세다.

이토록 젊은 나이에 최고갑부가 된 그에게는 가장 젊은 나이로 세계 5백대
기업 최고경영자에 오른 인물'' ''세계 5대 부자''(지난 4월 포브스 선정) 등
붙여진 타이틀도 많다.

최근엔 경제전문잡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의 40세 미만 청년 갑부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공식 재산규모는 2백14억9천만달러.

포천지는 이 재산이면 미국내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PC를 하나씩 사
주고도 남는다고 계산했다.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지만 소탈한 성격은 여전하다.

최근엔 얼굴이 워낙 잘 알려져 어딜가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만
몇년전만 해도 그는 캐쥬얼한 진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보통 땐 이처럼 평범하지만 일단 뭔가에 집중하면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모를 만큼 몰두한다.

언젠가 분노한 데모대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 일화는 그의 집중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이날 그는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이었지만 세금과 인프라 문제에 대한
생각에 푹 빠져 있었다.

몸에 문신을 한 수천명의 성난 데모대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골똘한
사색에 빠진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런 놀라운 집중력과 승부욕이 마이클 델의 성공비결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한번 옳다고 생각한 것은 즉시 실천으로 옮겨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84년 창업 당시 그가 던진 승부수는 대리점 등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고객 조립형 컴퓨터를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독특한 전략(다이렉트
판매)이었다.

90년대 들어서는 "하이테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인터넷을 통한
"고객과의 밀착접촉" 경영과 맞춤서비스인 "원투원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직접 뛰어다니거나 전화를 이용해 팔던 초기 패턴이 이젠 인터넷 홈페이지
를 이용한 판매로 바뀌었다.

다이렉트 마케팅의 채널을 인터넷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은 말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델의 생각은 옳았다.

최근들어 하루에 1천만달러 이상의 PC가 델 홈페이지에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굳건한 기반을 구축했던 그가 인터넷에서도 성공신화
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고성연 기자 amazing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