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터진 파이낸스사태에 접한 제도권 금융인들은 한결같이 "올 것이 왔다"
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을 비롯 상당수 신문과 방송이 파이낸스회사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당국과 국민에게 심각성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중 이번에 피해를 본 이가 있다면 금융분야를 취재해온
기자로서 좀더 주의를 환기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에게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그럴때마다 "내가 얘기했다고는 하지 말고"라는 전제를 달며 투자자의
책임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았다.

파이낸스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한 1차 책임은 해당 파이낸스회사 직원들에게
있다고 본다.

고금리 고배당을 미끼로 돈을 끌어들여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상당수 파이낸스회사들은 상법상의 회사라는 점을 내세워 마치 정부가
인.허가를 내준 정식 금융기관인 것처럼 행세했다.

고객을 속인 것이다.

일부 파이낸스의 경우 고객돈을 유치하는 방법도 비열했다.

예금기관이 아니면서도 20~30%의 확정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단속권을 쥔 경찰 검찰 등도 책임을 져야한다.

그동안 이들의 사기행각이나 다름없는 탈.불법영업을 사실상 눈감아줬다.

금융감독원도 언론들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겉치레로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공익광고를 몇차례 한 것뿐이다.

내부적으로 조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 결과는 공표된 적이 없다.

이제와서 책임을 다른 부처나 기관에 떠넘기며 그것은 단속대상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면책이 될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투자자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최소한 파이낸스회사보다 공신력있는 금융기관은 얼마든지 있다.

구조조정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 금융기관을 마다하고 고수익을 추구한 투자자라면 그 손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2001년부터는 가장 믿을만 하다는 은행마저 퇴출될 경우 원리금을
2천만원만 보장해준다.

A은행에 1년짜리 정기예금에 들었는데 그 은행이 2001년에 망한다면 원금
이자 따질 것 없이 최고 2천만원밖에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무시무시한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선 교육과 훈련, 학습이 필요하다.

시장원리는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정립되는 게 아니다.

수많은 희생과 피땀을 줄이려면 정부가 먼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 허귀식 경제부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