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의 채권매도가 금리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투신사가 쏟아내는 채권을 받아줄만 데가 없기때문이다.

투신권이 갑자기 채권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환매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투신 구조조정이 임박해오자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결과다.

유동성 부족은 바로 퇴출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부 투신운용사들은 "가격불문"하고 "팔자"에 나서고 있다.

한 투신사 채권운용부장은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잉여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권매도 물량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투신사가 채권을 팔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자금고갈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우채권의 환매제한조치가 나온 지난달 13일이후 한달동안 공사채형펀드
에서 20조원이 빠져 나갔다.

당시 2백2조원에서 현재 1백82조원으로 급감했다.

묶여 있는 자금을 고려하면 실제 수탁고는 이보다 훨씬 적다.

투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27조원규모의 대우 채권및 CP(기업어음)는 움직
이지 못하는 자금이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대기성 환매자금까지 포함하면 전체 수탁고의 30%에
달하는 50조원이상이 묶여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환매가 이뤄질 투신사들은 채권을 팔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신사의 매물을 받아줄 데는 현재로선 은행 밖에 없다.

그러나 은행은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팔자" 쪽이다.

투신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금리가 단기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급등으로 이전에 채권을 샀던 은행은 이미 평가손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우량회사채를 담보로 잡고 투신사에 돈을 빌려 주는 것도 여의치 않다.

투신사 구조조정으로 투신사가 문을 닫게 되면 담보채권을 처분, 돈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때 채권시장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장담할수 없기 때문
이다.

채권관계자들은 대우채권에 대한 기간별 원리금 보장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과 수면 위로 부상한 투신 구조조정을 앞당겨 실시해 미래의 대한 불안감
을 잠재우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