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16일 엔고저지를 위해 공동시장개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엔고 돌풍은 일단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의 공동 시장개입 합의안이 나온 것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대장성
재무관과 티모시 가이스너 미 재무차관의 회동에서다.

일본은 외환시장 공동개입 대가로 미국측에 통화공급확대를 제시했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적인 미세조정이 남아 있지만 시장공동개입을 위한 기본골격은 잡힌
셈이다.

일본은 미국이 요구해온 ''시장개입 자금의 회수중단'' 의사를 미국측에
전달, 지원을 얻게 된 것 같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이 시장개입(달러화매입.엔화매각)으로 시중에 푼 엔화를
다시 흡수하지 않으면 공동개입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일본은행은 지난 3개월간 9차례의 시장개입을 통해 약 4조엔을 시장에
풀었다.

그러나 시장개입 3-4일후에는 통화안정증권을 발행, 이 돈을 회수했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측에 통화량 확대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통화공급 확대는 인플레심리를 촉발, 소비를 자극하게 되고 그결과 일본의
경기회복이 가속화된다는 논리에서다.

일본이 엔고저지를 위해 미국의 협조를 요구해온 것은 자력에 의한
시장개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때문이다.

미국의 협조가 없는 단독시장개입은 외환딜러들에게 오히려 얕보이는
결과만 낳았다.

일본정부는 엔화 매수세가 워낙 강해 1백엔 붕괴 가능성에 잔뜩 긴장해
왔다.

지난 15일 엔화는 1백엔선의 턱밑인 1백3엔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일본재계는 엔환율을 달러당 1백10~1백20엔대로 상정해 놓고 연간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과도한 엔고로 인해 벌써부터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다며 울상을
지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해왔다.

미국이 절박한 일본의 시장개입 촉구를 수용한 것은 지나친 엔고(달러가치
의 급락)가 내심 부담스러워 방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 억제가 최대 현안이 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달러가치 하락은 수입가격
을 높여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미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외국자본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소비감소로 이어져 결국 경기침체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 달러가치 하락에 느긋한 입장을 취한 면도 있다.

엔고(달러약세)가 미 경제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본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만 약세일 뿐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다.

외환전문가들은 미일의 보조로 엔고추세는 일단 꺾이며 달러당 1백10엔
근처에서 한동안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화매수 강세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1백10엔선 이상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또한 오는 10월5일로 예정된 미 연준리(FRB)의 금리정책회의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시장개입에 적극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엔강세가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해소 <>경기과열 진정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