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파이낸스 대책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삼부파이낸스 문제로 촉발된 파이낸스 파장을 진정시키고 고객피해
를 줄이는게 시급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적절한 대책이 없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현행 법률상 파이낸스 경영진들의 위법사실이 드러나기까진 단속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국민회의)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아예 파이낸스의 유사 수신업무를 전면 금지시키는 특별법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정의 상반된 입장속에 당장 어떤 파이낸스에서 또 문제가 터질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의 책임회피와 늑장대응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낼 소지가 다분
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아직도 파이낸스의 정확한 숫자나 수신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 실태를 조사하고 단속대상을 가려내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해 왔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5일 실무당정회의를 갖고 파이낸스 대책을 논의했으나
불법행위에 대해 단속이 필요하다는 원론에만 의견접근을 봤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16일 파이낸스 수신금지 및 설립시 등록제 전환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8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파이낸스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파이낸스사가 큰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경찰이 파이낸스를 집중단속했다가 소송이 걸려 수차례
패소한 사례가 있다.

수신의 범위와 내용을 불법으로 보는데 논란의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결국 파이낸스 규제법을 만들었다.

일본 금융감독청은 수신금리 상한선을 정해놓고 제도권으로 편입시킬 대상과
단속대상을 구분짓고 있다.

일단 탈출구(금융기관으로 전환)는 열어주고 쥐잡기에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도 파이낸스 대책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단속하자니 멀쩡한 곳까지 넘어져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고 놔두자니
투자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파이낸스의 설립이나 계모임 같은 연고자들끼리의 출자를 통한 자금조성방법
은 불법으로 몰아부칠 수 없다.

다만 고금리를 보장하고 불특정다수의 투자자를 끌어오은 뒤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일부 파이낸스의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파이낸스를 감독대상이 아닌 단속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규제와 단속이 채 미치지 않는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은 단속하되 사금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이유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스사들은 주식공모 형태로 자금을 끌어모아도 유가증권신고서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다.

파이낸스의 출자증권을 사실상 예금으로 못박아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내에서도 단속법규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형식은 여당이 제기한 특별법보단 기존 법규의 강화쪽이다.

특별법으로 파이낸스의 수신을 금지하면 6백여개 파이낸스가 모두 불법화될
수 있다.

몇조원이 될지 모를 파이낸스업계 전체가 문을 닫게 되는 사태를 낳게 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규제법 제정은 사태가 진정된 후에나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6백여 파이낸스중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세운 업체들이나 사실상 계모임
성격의 소규모 파이낸스도 비교적 문제가 없는 편이다.

문제가 된 삼부, 청구파이낸스는 불법자금조성, 공금횡령 등 일종의
"피라미드형 금융사기"로 봐야 한다.

정부는 사법차원에서 파이낸스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경찰 등을 통해 불법, 탈세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파이낸스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감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감독비용과 부실화될 경우 손실이 고스란히 국민몫으로 전가될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을 제쳐 놓고 고금리를 쫓은 파이낸스 투자자를
위해 국민 모두가 부담을 질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스에 공적자금을 넣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