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세계조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국내조선업계가 일본조선업계의
구조조정과 엔고에 힘입어 수주에 활기를 띠고 있다.

9~10월중 30억달러 이상의 수주가 예상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달러당 1백20엔선이던 엔화가 최근 급상승하면서
국내조선소들이 일본을 수주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수출선 수주실적의 경우 상반기중 한국이 59척 2백81만8천t, 일본이
2백79만9천t으로 비슷한 규모를 나타냈다.

7월들어서는 한국이 21척 1백1만9천t, 일본이 21척 58t만t으로 한국이
일본을 앞서나가는 등 하반기들어 국내조선소의 수주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지금까지 각각 2백50만t, 1백60만t을 수주,
상반기의 부진을 씻고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9월 들어서는 대우중공업이 노르웨이 빌헬름센으로부터 자동차운반선
2억2천만달러어치를 수주했고 5억달러 규모의 유조선 프로젝트도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와 삼성 등 국내업체는 스페인에서 LNG선(액화천연가스운반선) 4척
약8억달러 규모의 물량을 사실상 확보했다.

그밖에 대규모 유조선과 LNG선 수주가 이어져 9~10월중 기대수주액이
3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반면 일본조선소들은 엔고의 영향으로 웬만큼 달러기준 선가가 올라가기
전에는 채산을 맞추기가 어려워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종전에도 국내업계가 일본에 비해 10% 정도는
가격경쟁력이 있었다"면서 "지금처럼 엔화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일본 조선업계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개의 조선소로 구성된 일본조선업계는 가뜩이나 기술인력의 노령화,
엔고 등으로 채산성이 떨어져 일본정부에서 업계를 3,4개의 대형조선소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저가수주경쟁도 줄어들어 초대형원유운반선
(VLCC) 살물선 컨테이너선 등의 선가도 척당 2백만~5백만달러 가량 오르고
있는 추세다.

선주들은 관망세에서 탈피, 발주량을 늘리고 있다.

수주선행지표인 인콰이어리(Inquiry, 입찰제안서)내도건수는 상반기에
비해 선종별로 20~30%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인상으로 유전개발관련선박의 발주가 느는 것도 국내조선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보류됐던 심해유전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운반선), 셔틀탱커 등의 발주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