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설 1백주년을 맞는 철도가 "고객만족 경영"으로 21세기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 1899년 9월18일 경인선을 개통하면서 첫 기적을 울린지 1백번째 맞는
철도의 날이다.

지난 한 세기동안 엄청난 외형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통수단에 밀려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던 철도가 고객 중심의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해
잃었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철도청이 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바람의 핵심은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

모든 서비스의 초점을 고객에게 맞춘 고객만족 경영전략을 펴 민간기업
뺨치는 고효율 국영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이던 국영기업 특유의 기업문화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고객 곁으로 바짝 다가가는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철도청이 본격적으로 고객중심 경영활동을 편 것은 지난해 4월 정종환
청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고객중심 경영만이 철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천명한 정
청장은 가장 먼저 청장 직속의 태스크 포스팀인 "고객중심 경영혁신 기획단"
을 설치했다.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과 직원들이 제안한 "1백대
혁신과제"도 선정했다.

또 "철도고객 서비스헌장"을 제정하고 시간준수여부 전화응대친절도 매표
대기시간단축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이행표준항목 체크포인트"를 설정했다.

철도공무원교육원에 대민 서비스부서 간부및 핵심요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아카데미"를 설치하는 등 철저한 변신을 추진했다.

승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요 역의 시설도 모두 고객 중심으로
꾸몄다.

우선 주요 역의 매표창구를 은행식으로 완전 개방해 고객들이 가까운 거리
에서 친근하게 서비스를 받게 배려했다.

또 비즈니스 맨들이 열차를 이용할 때 불편이 없도록 대합실에 노트북
사용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어린이를 동반한 승객을 위해 대형 역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갓난아기를
위한 기저귀 갈이대, 수유시설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역에 관광안내센터를 개설해 여행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이밖에 장시간 여행하는 승객들을 위한 각종 편의 열차를 만든 것도 고객의
인식을 바꾸었다.

어린이들을 위해 객차의 3분의 1을 어린이 놀이시설로 꾸민 어린이 전용
열차, 여행하면서 PC게임과 바둑을 즐길 수 있는 사이버 객차와 바둑열차,
창밖의 풍경을 편안하게 즐기면서 여행할 수 있도록 창문을 하나의 유리창
으로 연결한 전망열차,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카페열차
등을 신설한 것이 그 사례다.

교통체증을 피해 승용차를 열차에 싣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하는 카레일도
관광객들을 철도로 끌어들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대합실과 열차내 화장실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서비스의 사각지대로 일컬어질 만큼 불만이 높았던 화장실의 경우 일류
호텔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그런가하면 역 대합실을 문화공간화하는 작업과 지역 특성에 맞는 역광장
가꾸기, 도시이미지와 부합되는 역건물 도색 등을 통해 보다 친근감 있는
철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더욱 알차다.

편의시설이 미비해 열차를 이용할 엄두도 못냈던 장애인들도 이제는 편리
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철도청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도우미제도를 이용, 역도착 한시간 전에
연락하면 역무원이 직접 나와 안전하게 승차를 돕고 하차역에서도 역 밖까지
배웅해 준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승.하차할 수 있는 시설과 넓은 좌석, 전용
화장실을 갖춘 장애인 전용객차도 매일 70여편씩 운행되고 있어 열차를
이용하는 장애인 승객들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고객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기획한 철도 테마여행 코스는 철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최대의 히트상품.

드라마 "모래시계"를 촬영했던 정동진 해돋이 관광열차를 비롯해 환상선
눈꽃순환열차, 영월동강 래프팅 열차, 보성 녹차체험 관광열차 등 31개 상품
(54개 코스)에 이르는 철도 테마여행은 요즘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효자상품으로 굳어진 테마여행으로 지난해 유치한 승객은 28만여명.

벌어들인 돈만도 54억여원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말까지 44만여명 유치에 80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

연말까지 가면 작년보다 승객과 수입이 3백% 이상 신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철도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철도청"이 아닌 "철도
주식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오히려 민간기업을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고객만족도는 지난해 교통기관 만족도 조사에서 버스나 택시 항공사들보다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시행하는 고객만족경영대상에서는 작년에 최우수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는 쟁쟁한 민간기업들을 물리치고 영예의 대상을 받기도
했다.

"달리는 철마"는 이제 달리는 집이자 사무실이고 놀이터가 되고 있다.

< 백창현 기자 chbai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