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매각협상이 8개월간의 지루한 터널을 지나 종착역에 도착했다.

결과는 7조원의 국민혈세(공적자금)을 쏟아붓고 뉴브리지캐피털로부터
5천억원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계약체결후 2년간 제일은행 거래업체중 부도나면 부실채권을 모두
정부가 사줘야 한다.

제일은행이 빠른 시일안에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회수는 어려워지고
헐값매각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지루한 협상은 지난달말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깨지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
했다.

제일은행 매각협상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금융가에선 두 은행 모두 매각에 실패할 경우 국가신인도가 다시
"투자부적격"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막판에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주말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뉴질랜드
로 떠나면서 협상이 무르익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최종 합의사항을 보면 노력은 했지만 독소조항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브리지의 웨이지안 샨 전무는 "한국정부 입장에선 MOU보다 TOI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뉴브리지 협상에서 최대쟁점은 풋백옵션(미래손실보전)과 자산
(여신) 평가문제였다.

2년간 손실을 보전(워크아웃여신은 3년)하되 "부도난" 기업 여신만 사주기로
했다.

당초 MOU에서는 고정이하 부실여신을 모두 사주기로 한 것에 비교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워크아웃여신에 대해서는 3년간 부도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매입키로 한 점, 또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할 경우 그 부담을 지기로
한 점 등은 문제로 지적된다.

MOU(양해각서)엔 정부가 경영권을 넘겨 주는 대가로 받기로 한 신주인수권이
보통주 5%, 우선주 6%였으나 이번엔 보통주 10%(총발행주식의 5%)로
정해졌다.

상대적으로 제일은행의 경영과실을 되돌려 받을 여지를 남긴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는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미 들어간 공적
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조건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공무원 신분인 금감위 협상팀의 한계이기도 했다.

협상팀장인 남상덕 금감위 제1심의관은 "제일은행의 영업기반과 거래기업들
의 원활한 거래를 유지하는게 가장 어려웠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오히려 대우 워크아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면아래 부실이 현재화돼 뉴브리지로서도 손해볼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일은행 매각성공으로 구조조정의 성과를 해외에 과시하는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남 심의관을 잘 팔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평가는 스스로 할수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 오형규 기자 ohk@ >

[ MOU와 TOI 내용 비교 ]

< 부실자산이전 >

<> MOU : 배드뱅크
<> TOI : 성업공사

< 추가부실 손실보전 >

<> MOU : . 고정이하 분류시 정부매입
. 부실여신은 은행관리 안함
<> TOI : . 부도시 정부매입
. 금감원기준 고정이하 분류시는 대손충당금만 적립, 은행이 계속
관리

< 신주인수권 >

<> MOU : 정부지분의 11%(보통주 5%, 우선주 6%)
<> TOI : 정부지분의 10%(보통주)

< 부실분류기준 >

<> MOU : 국제기준(Mark to Market)
<> TOI : 새 금감원기준

< 5대재벌 여신 >

<> MOU : 동등취급(특정 재벌여신만 줄일 수 없음)
<> TOI : . 동일계열한도적용(초과분 점진 축소)
. 일반대출과 동일하게 취급

< 워크아웃여신 >

<> TOI : 3년내 부도나면 정부매입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