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 원도시종합건축사사무소
<>규모 : 건축면적-939평, 연면적-5,573평 대지면적-5,540평,
지하2층 지상8층.
<>위치 :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460-18.
<>시공 : 신동아건설, 영풍산업
<>구조설계 : 서울구조
<>공사기간 : 1996.4~19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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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부일구는 조선 세종 때 만들었던 해시계다.

반구형에 대접같이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농구공반쪽만한 그 해시계가 5백61년의 아득한 세월을 거슬러 새롭게
부활했다.

작년말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내에 건립된 기상청 청사를
통해서다.

첨단기상장비를 갖춘 기상청청사로 다시 태어났으니 절모한 인연이다.

5세기만에 나타난 앙부일구는 이제 해그림자로 시간을 알려주는 일이 목적은
아니다.

수만배의 크기로 커져서 많은 방문객들을 맞아들이는 그릇 역할을 하고
있다.

기상청청사는 자그마한 원통형상을 한 앙부일구의 이미지를 주요 설계컨셉트
로 잡았다.

건물 구성은 견학동과 업무동, 전면광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입구쪽 정면엔 사가박스 형태의 업무동이 있다.

그 뒤편에 원통형상의 견학동이 붙어 있다.

이중 기상청의 상징이자 핵심공간은 견학동이다.

기능으로만 보면 업무동이 핵심이어야 하지만 건축적 조형미와 이를 통한
대외 인지도 차원에서 보면 견학동이 중심이다.

견학동은 단순한 업무용 건물에 그칠 기상청청사를 새롭게 살려낸 포인트
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청사에 견학동이 별도로 마련된데는 이유가 있다.

기상청은 다른 관청과 달리 매년 수천명의 초.중.고생들이 견학을 온다.

언젠가부터 기상관찰과 분석 및 예보과정을 보여주던 것이 관행화된 것이다.

그러나 과거 종로구 송월동 청사시절엔 이를 적절히 수용할 수 없어 종사자
들이 업무에 많은 애를 먹었다.

신청사에서는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러나 공간 구성은 쉽지않았다.

업무동과 견학동을 별도로 만들되 긴밀하게 연계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또 업무상 지장을 받지않도록 하는 공간이어야 했다.

건축가는 수백년전의 앙부일귀를 동원해 이 과제를 탁월하게 풀어냈다.

견학동은 가운데가 텅빈 원통형상이다.

벽체를 철골 기둥과 유리만으로 처리해 내외부를 자유스럽게 볼 수 있게
했다.

방문객들은 3층높이의 원형통로를 따라 돌면서 위치에 따라 새롭게
펼쳐지는 내외부를 감상할 수 있다.

1층에서부터 이동동선을 돌아오르면 내외부에서 전혀 다른 경관들이
나타난다.

업무동에 붙어 있는 곳에서는 층별 기상관측업무실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업무공간도 방문객들에겐 신기한 체험이다.

업무동 로비를 지나면 멀리 펼쳐진 보라매공원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견학동의 입구는 업무동과 분리돼 있다.

뒷편의 넓은 광장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분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원형광장이 마련돼 있다.

원형광장엔 해시계를 그대로 재현해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광장 중간엔 앙부일귀와 똑같은 형상의 막대가 서 있다.

그냥 서있는 것이 아니다.

해그림자를 통해 시간을 알려준다.

이곳 광장은 또 관람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내부광장에서 견학동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다.

정연하게 배치된 직사각형 창문들과 내부의 하얀 원형기둥들이 이뤄내는
조화를 원형광장에서 보는 맛은 색다르다.

하늘을 보면 또 한번의 즐거움 체험을 할 수 있다.

둥근 원형공간을 통해 드러나는 하늘과 본관건물동이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
은 한폭의 그림이다.

잘짜여진 건축공간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빼고도 사람의 정서를 풍성하게
만든다.

본관건물은 뒷편의 견학동에 비해 단순하고 평범하다.

직사각형의 심플한 외형이 깔끔한 느낌을 준다.

원통형 견학동과의 직접 맡닿아 강한 대비를 이룬다.

부드러운 견학동과 딱딱한 직사각형 본관동이 중간의 매개형상 없이 너무
강하게 접촉해 있다.

원만한 조화가 좀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비해 내부에는 포근한 정이 흐른다.

특히 3층에 배치된 작은 쉼터는 본관건물에 따뜻함을 전해준다.

아담하게 꾸며진 이 틈새공간은 본관건물의 매력 포인트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