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일찍 태어났으면 나도 할 수 있을 텐데..."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로터스 등 수많은 PC관련 벤쳐기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던 지난 80년대초.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던 한 중학생은 이처럼 혼자말을 중얼거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자신도 PC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너무도 어린 탓에 PC혁명에 참여할 수 없는게 못내 아쉬웠다.

이 중학생은 그러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꿈은 마침내 "웹"의 탄생과 함께 실현됐다.

중학생은 이미 어른이 돼 있었고 새로운 꿈의 무대 인터넷은 그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CNET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핼시 마이너(Halsey Minor)
였다.

흔히 미디어의 제왕하면 CNN의 테드 터너를 떠올린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미디어의 제왕으로는 단연 핼시 마이너가
꼽힌다.

버지니아 출신으로 34세에 불과한 이 사나이는 벌써 3억5천4백90만달러
(약 4천2백60억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청년 갑부다.

아직 테드 터너보다는 재산이 적지만 가능성은 아직도 무한하다.

그는 인터넷과 케이블TV를 결합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겨 불과
몇년 사이에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거부가 됐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남부의 소도시 샬로스빌에서 태어난 핼시는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성공한 부동산 중개업자였고 어머니니는 경마조교였다.

어린시절부터 컴퓨터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그는 학창시절 "컴퓨터 너드"
(nerd:공부벌레)였다고 스스로를 회고한다.

그러나 공부만하는 어린이는 아니었다.

PC혁명에 동참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던 것처럼 자립심이 강한 그는
어릴때부터 끊임없이 비즈니스를 구상해온 타고난 사업가였다.

10대에 이미 또래들을 고용, 페인트 칠하는 회사를 운영할 정도였다.

버지니아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할 때도 사업 아이디어는 끊어질줄 몰랐다.

"렌털 네트워크"라는 회사를 차려 임대 아파트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87년 대학을 졸업한 마이너는 메릴린치에서 2년간 투자분석가로 일하다
퇴사, "글로벌 퍼블리싱 코퍼레이션"이란 회사를 차렸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해 직장인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였다.

이 때 마이너는 그 유명한 아마존 닷 컴의 회장 제프 베조스와 잠시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자금지원을 약속했던 메릴린치가 이를 어기자 마이너는 회사 문을
닫고 세계 최대의 헤드헌팅업체 러셀 레이놀드에 취직해 활동하게 된다.

92년 어느날 무심코 TV를 보던 그는 갑자기 무릎을 쳤다.

케이블TV에 빈 채널이 많은 것을 보고 컴퓨터 교육전문 채널을 만들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온라인 콘텐츠를 케이블TV 프로그램과
접목시킨다는 것이었다.

그해 12월 회사를 그만둔 마이너는 바로 CNET을 세웠다.

현재 CNET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셸리 보니가 합류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대학 1년 선배로 당시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분석가 였던 그는 핼시의
아이디어를 듣고 곧바로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CNET이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94년 여름은 최악이었다.

친지들로부터 몇백만 달러를 빌려 회사를 차렸지만 추가 투자자금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웹과 케이블프로그램 개발도 안된 상태에서 회사문을 닫아야
할 지경까지 몰렸다.

그러나 하늘은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설립자인 폴 앨런이 CNET에 5백만달러를 투자, 지분
21%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핼시가 두 시간 동안 앨런을 설득하고 사흘이 지난 때였다.

케이블 과학채널인 USA 네트워크도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해서 95년 4월 시작된 것이 "CNET Central"이다.

케이블TV 과학채널인 USA 네트워크를 통해 컴퓨터교육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지금도 "Up next" "The Web" 같은 프로그램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매거진 쇼다.

같은해 6월 인터넷에 cnet.com이 오픈됐다.

CNET은 온라인에 데뷔하자마자 반향을 일으키며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는
웹콘텐츠로 급성장했다.

96년 7월에는 기업을 공개, 나스닥에 상장도 했다.

이제 핼시는 CNET을 CNN과 ESPN 등 인기 케이블 채널을 앞도하는 자체
케이블 채널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인터넷 분야에서도 비즈니스 뉴스부터 게임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웹의 제왕자리까지도 넘보고 있다.

그는 언젠가 회사를 50억달러 규모로 키우겠다는 당찬 야심도 갖고 있다.

핼시 마이너는 흔히 골드 마이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의 성인 마이너는 광부, 즉 마이너(miner)와 발음이 같다.

실리콘 밸리에서 금맥을 캐내는 젊은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가 웹과 TV라는 양 매체에서 얼마나 많은 금을 캐낼 것인지 전 세계인들은
앞으로 주목을 계속할 것이다.

< 김선태 기자 orc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