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사태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지만 서민들의
파산신청은 오히려 몇배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면책허가를 받아 채무를 탕감받는 사람은 극소수다.

사업실패후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김모(55)씨는
드물게 면책을 받은 케이스.

수십년간 인쇄업을 운영해온 김씨는 지난해 무리하게 사업자금을 끌어쓰다
부도를 당했다.

김씨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채권자들의 고소로 쇠고랑까지 찼다.

김씨는 고소가 취하돼 풀려나기는 했지만 금융기관 사채업자 거래처등에 진
6억여원의 빚이 그를 기다렸다.

막노동 택시기사등으로 전전했지만 그의 수입은 월 1백20만원 정도가 고작
이었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을 길이 막막하자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김씨의 불가항력적인 사정과 채무변제노력등을 높이 평가해 면책을
허가했다.

그렇지만 재산은닉등 사기파산이나 낭비 도박등에 의한 파산은 면책이
안된다.

또 파산원인이 있더라도 또 다른 채무를 진 경우에는 면책이 안된다.

파산자들이 면책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조모(46)씨는 밤이면 정수기 판매를 부업으로 했다.

조씨는 신용카드 3개로 영업활동비를 조달했다.

그러나 판매가 부진하자 카드빚이 쌓여갔고 마침내 카드회사로부터 월급
차압통지서가 날라왔다.

회사측 사표종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택시운전 노동 주방일을 전전했지만
1천여만원의 빚을 갚을 길이 없었다.

조씨는 카드 3개를 교대로 현금서비스를 받아가며 이자와 생활비로 충당
했다.

법원은 조씨의 면책신청에 대해 "파산상태에서 갚을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빚을 끌어들였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서울지방법원에 따르면 올해들어 9월까지 소비자파산신청은 1백95건에
달하고 있다.

IMF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전체 신청건수 66건에 비해 3배로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면책허가를 받기는 어렵다.

서울지법 파산2부는 올들어 파산선고를 받은후 면책을 신청한 30명을 집중
심리, 이중 8명에 대해서만 면책허가 결정을 내렸다.

파산법원 한 판사는 "지난해말부터 소비자파산제도가 널리 알려지면서 불량
채무자들이 법원을 채무면제등 도피처로 잘못 알고 있다"며 "사기파산이나
낭비 도박등으로 빚을 진 파산자는 철저히 선별해 면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