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광고물량을 계열 광고회사(하우스 에이전시)에 일방적으로 배정해 주던
대그룹들의 관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광고회사들은 그룹물량 의존도를 줄이고 신규 광고주를 확보
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은 OB맥주의 최종 경쟁 PT
(프리젠테이션)에서 빠졌다.

광고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오리콤이 그룹사 물량을 뺏긴 것은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OB맥주가 외국사와의 합작회사로 바뀌었지만 광고회사를 바꿀 것으로는
예상치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콤은 광고업계 "명가"의 전통과 노하우를 살려 최근 잇달아
비그룹사 광고주를 대량 영입했다.

더 이상 그룹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오리콤은 지난 8월말 까지의 광고 수주액중 54%를 비그룹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들어 한솔PCS 웅진코웨이 인터넷경매 네띠앙 시사영어사
제일투자신탁증권 인터넷뮤직 일진그룹 등을 신규 영입했다.

이중 최대 규모는 2백억원 짜리 한솔PCS로 한솔관련 광고사를 제치고
물량을 따냈다.

올들어 성장세가 두드러진 보광그룹 계열인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는
웅진식품 3M P&G 동아오츠카 SK제약 등을 광고주로 신규 영입했다.

한화그룹 계열회사인 한컴은 하반기에만 계룡건설 동양선물 등을 비롯한
비그룹 물량을 상당수 확보했다.

올들어 10대 광고주로 떠오른 현대증권의 물량에 힘입어 업계 2위로 급부상
한 금강기획은 비계열 기업을 신규 광고주로 유치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뛰고
있다.

지난 여름 이후 조흥은행 대양ENC 동산C&C 삼양라면 풀무원 등을 광고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광고시장의 변화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 광고회사의 한국 진출이 늘고 재벌기업이 해체되는 분위기속에서 그룹
물량을 하우스 에이전시에 대거 몰아주는 풍토는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남지연 오리콤 차장은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비그룹사 물량을 많이
따내는 광고회사가 진정으로 실력있는 회사라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