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공주님은 남 그윽이 정을 두어 마동서방을 밤마다 몰래 안고
다니시어라"(서동요)

1천년전 신라인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낸 향가가 20세기의 끝자락에 무대예술
로 형상화된다.

서울예술단은 향가를 가무악으로 꾸민 "향가-사랑의 노래"를 30일~10월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무대에 올린다.

현존하는 향가 25수중 사랑의 감정이 짙게 녹아 있는 "서동요" "헌화가"
"찬기파랑가" 등 3작품을 현대의 춤과 의상으로 되살려 낸다.

"향가-사랑의 노래"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

손인영, 최현, 안애순 등 세 안무가가 한작품씩 맡아 꾸민다.

손인영은 삼국시대 세력다툼의 와중에서 꽃피운 서동과 선화공주의 로맨스
(서동요)를 절제된 몸짓에 담아낸다.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을 기천무와 화려한 2인무로 펼친다.

고희를 넘긴 원로 안무가 최현은 헌화가 속의 사랑을 예찬한다.

수로부인이 벼랑끝의 진달래꽃을 원하는 미의 화신으로 비춰지고 결국
진달래꽃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환영을 드러낸다.

서동요와 헌화가가 현세의 사랑을 노래했다면 안애순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형이상학적 사랑(찬기파랑가)을 그린다.

결코 만날수 없는 두 세계속의 사랑의 감정을 조화와 갈등의 군무로
풀어낸다.

시인 강은교가 작시한 "님들의 노래"가 애잔함을 더한다.

패션디자이너 진태옥이 맡은 의상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진태옥은 신라인의 정서와 현대적 감성을 조화시킨 의상으로 무대위의
신비감을 살려낸다.

진태옥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파이든사가 올해 발간한 "20세기
패션인들"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오른 인물이다.

예술총감독 신선희, 연출 장수동.

매일 오후 4시, 7시30분.

(02)523-0984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