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 KDI 북한경제팀 연구위원 >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발표되었다.

이는 지난 12일 타결된 베를린 북.미회담의 공동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미국측의 첫번째 조치이다.

페리보고서 역시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를 위한 3단계 접근전략을 설정하면서
단기적 목표로 북한 미사일문제 해결과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최대 현안이었던 북한 미사일 문제가
일단 해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북.미 관계개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여러가지 종류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 왔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지난 50년6월28일 수출관리법에 근거한 대북한 수출금지
조치 이후 90년대초에 이르기까지 적성국교역법 대외원조법 통상법 수출입
은행법 무기수출금지법 등을 통해 사실상 모든 경제부문에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제제재조치는 크게 다섯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상업.금융거래의 실질적 금지, 둘째 미국내 북한자산의 동결, 셋째
경제적 지원 및 원조 제한, 넷째 최혜국대우 부정, 다섯째 북한과의 무기거래
및 군수산업 관련 수출입 금지 등이다.

이후 지난 95년1월20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처음으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발표되었으나 이는 부분적인 것이었다.

예컨대 북.미간 전화.통신 연결과 관련한 거래 허용, 북한내 신용카드 사용
허용,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수입 허용, 경수로사업 참여 등으로 실질적인
경제제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렇듯 지난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조치가 이제 완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완화조치는 주로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것이지만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제재 조치의 상당 부분이 해제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베를린 회담후 북한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회담결과에 만족한다는
발언은 그만큼 미국측이 약속한 완화조치의 내용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는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동북아의 안정을 주요 외교 성과로
선전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 행정부의 이해와도 일치한다.

물론 이번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무역제한이 철폐되었다고 해도 북한상품의 질로 볼 때 광산물을
중심으로 한 1차산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이 수입할 수 있는 품목은
그다지 많지 않다.

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북투자를 허용한다는 것이 실제 기업의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은 북한의 투자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열악한 투자환경이나 내수시장의 부재 등으로 볼 때 미국
기업의 투자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대규모로 이루어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단계의 완화조치로는 동결된 미국내 북한 자산의 해제나 국제금융기구
를 통한 차관제공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동결된 북한자산은 규모가 크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며 차관제공
역시 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인권침해국가로 분류해 IMF IBRD ADB 등의 대북 차관제공을
규제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조치 완화가 단기적으로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완화조치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대단하다.

첫째 이는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결국 북한이 국제 경제사회로의 편입을
향한 첫걸음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대북 진출을 금지하던 법적 장애요인을
제거함으로써 북한을 "경제적 파트너"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
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두 가지 요소는 일본 EU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을 한층 가속화
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남북관계 개선 및 남북경협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안의 기본 역시 명백하다.

그것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지금까지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남북경협.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 www.dhjo@kdiux.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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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
<>논문:통일의 경제적 비용과 편익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