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고가장비를 방만하게 운영해 예산을 낭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예산처는 20일 1억원 이상의 장비를 보유한 28개 출연연구기관의 고가
장비 도입 및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소 등 대형
연구소에서 불필요한 고가 장비를 사들이거나 놀리고 있는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최대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연구목적이 아닌
전시용으로 30억원 규모의 가상현실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또 연구원에서 퇴직한 직원이 사장으로 있는 케이맥사에 4백만
달러 상당의 고가장비 8점의 운영을 맡기면서 매년 2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원해 특혜시비를 낳았다.

원자력연구소는 방사선의 발생정도를 측정하는 6억5천만원 상당의 방사선
측정시스템을 구입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4억원 이상의 핵폐기물
운반차를 지게차로 운영하고 있었다.

한 연구기관에서 동일장비를 중복 구입해 활용도가 미흡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과학기술원의 경우 정보통신학과와 신소재공학과가 똑같은 장비를 각각
사서 쓰고 있다.

원자력병원은 국내에 3대밖에 없는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외부와의 공동이용 실적이 미흡한 실정이다.

예산처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드러난 부조리 및 부실운영 현황은 총리실과
감사원에 통보하고 주무부처에 시정을 요구키로 했다.

또 한 기관에서 장비를 중복 구입한 경우 매각하거나 공동활용 방안을 추진
토록 할 방침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