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예년같지 않다.

"푸르고 드맑은 가을 하늘"은 언제 보았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다.

오히려 가을장마로 온통 물난리를 치르고 있다.

가을 뿐이 아니다.

올핸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남 거제의 경우 예년엔 9월20일까지 1천5백17.6mm의
비가 내렸다.

이에비해 올해는 3천1백6.8mm의 비가 내렸다.

예년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마산(2천2백98.2mm) 통영(2천3백25.8mm) 제주(2천1백85.2mm) 등지도
예년보다 80%이상 많은 비가 내렸다.

이들 지역의 강수량은 이미 예년 연간 전체 강수량을 50% 정도 초과했을
정도다.

부산 완도 영주 울릉도 등지도 예년 평균치 보다 50%이상 비가 많이
내렸다.

물론 예년보다 비가 적게 내린 곳도 있기는 하지만 강수량을 측정하는
전체 지역의 4분의 1 정도다.

기상청은 올 가을중 1~2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추가로
미칠 것으로 보여 예년과의 평균 강수량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박정규 장기예보관은 "세계적으로 원인을 모르는 이상기상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며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계절별 강수패턴이 달라져 가을철
에도 여름철과 같은 정도의 비가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 예보관은 최근들어 연중 강수량 분포도 크게 분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년엔 연중 강수량의 30%가 장마기간 동안에 집중됐으나 요즘은 장마가
끝난 뒤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적 강수량 편차도 심해졌다.

올들어서는 하루 강수량이 2백mm을 넘을 정도로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였던
지역이 유독 많았다.

강원도 철원의 경우 지난 8월1일 하루동안 2백80mm의 비가 내려 30년
기록을 돌파했다.

서산 마산 제주 등도 1일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제도의 경우 지난 7월29일 하룻동안 3백87mm의 폭우가 쏟아져 역대
강수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밖에 춘천 동해 영월 문경 거제 원주 마산 강화 이천 등도 올해 하루
강수량이 수시로 2백mm를 넘나들 정도의 호우로 곤욕을 치렀다.

박정규 예보관은 "마른장마나 강우량 증가 등 기상이상에 대해 정확한
원인규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만 최근 한반도 주변 해수온도의
상승이 강우량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