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출신의 저명한 부패문제 전문가 스티븐 무어가 쓴 "권력과 부패
(POWER and CORRUPTION)"는 부패가 각국에 만연해 있고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한다.

노태우 전두환 전대통령이 기업인들로 부터 "강제기부 형식"으로 돈을 거둬
지지자들에 나눠준 한국의 부패사례를 비롯해 세계도처에서 드러난 권력과
부패의 실상이 가득 실려있다.

그중 영국에서도 찾아 볼 수있다는 하나의 현상은 충격적이다.

"정계진출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이런 시각은 의회에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직업정치인들로 인해 더 힘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직 종사자, 노동조합원, 교원, 대학강사 등 출신의 정치인이
많았던 반면 오늘날에는 의원 대부분이 그 전에 뚜렷한 직업을 갖지않고
의회진출을 위해 정계에서 일해 왔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들은 의석을 따내지 못하면 돌아갈 곳이 없는 신세다.

따라서 그들은 "해가 비칠 때 건초를 말려라"라는 속담처럼 기회있을 때
의원직을 물러날 때를 대비해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이다...

야심가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정치를 택한다면 권력은 그 첫번째 단계다"

의회정치가 발달한 영국은 민주주의가 자라난 본고장의 하나다.

이 곳에서까지 정치를 부의 축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징조가 있다하니
슬프다.

흔히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을 부패하게끔 만드는 것은 국민이라고 인식
한다.

하지만 무어의 지적은 이를 뒤집는다.

부의 축적자체가 직업정치인의 정계진출 목적의 하나라는 얘기다.

우리 정치인들은 어떤 목적에서 정계에 나섰을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성인 1,3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치인의
부패정도가 가장 높고 다음은 재벌총수, 세무공무원, 경찰공무원, 대기업사장
순으로 나타났다.

"권력"에 제일 가까이 있는 집단이 가장 썩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는
것이다.

정치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