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안정기금이 채권매입에 나서면서 회사채수익률이 급락, 한달여만에
다시 한자릿수에 들어섰다.

회사채수익률은 대우채권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지난 7월 중순부터 상승
하기 시작해 8월20일 연 10.27%로 두자릿수로 올라섰었다.

국고채수익률도 회사채수익률과 마찬가지로 한달여만에 다시 연 8%대로
내려갔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채권수익률의 급락은 채권안정기금의 공격적
매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연휴 직전 회사채수익률이 연 10.58%였지만 채권안정기금은 이날 연
9.80~10.20% 수준에서 매수주문을 냈다.

전날보다 최고 0.78%나 낮은 수준에서 매수호가가 나온 것이다.

기준물인 SK(주)가 연 9.95%에 거래됐으며 삼성전자의 매수호가는 연
9.94%였다.

채권안정기금이 이처럼 금리 하향안정화에 주력하자 은행권 등 매수여력이
있는 기관에서도 일부 "사자"에 나섰다.

연 9.90%에 매매된 LG전자나 SK는 은행권에서 사간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금리가 이처럼 급락하자 시장에선 "팔자" 물량이 사라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투신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동안 매물을 내놓았지만 채권안정기금이
있는 만큼 싼 가격(높은 금리)에는 채권을 팔지 않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결과다.

증권사 채권브로커들은 이러한 금리 하락세가 단기간 이어지겠지만 장기적
으로는 연 10%대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단기적으로 회사채수익률이 연 9.50%까지
하락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제성장률이나 채권의 수급동향 등을 미뤄 볼때 추가하락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또다른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도 회사채수익률
연 10%대 안팎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추석연휴 전까지만 해도 경제성장률 10%대에 물가상승률 2~3%를 더해 연
12~13%가 적정금리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여서 올해 성장률이 실제보다 과다
포장됐다는 분석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필현 대우증권 채권팀장은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은 7~8%, 물가상승률이
2~3%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회사채수익률은 연 10%대 안팎이 적정하다"
고 말했다.

채권 수급불균형이 해소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금리급등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증권업협회 전망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이 발행할 회사채는 대략 10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은행권 자금유입 규모나 채권안정기금 규모등과 비교했을때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금리상승을 유발시킬수 있는 통안채의 경쟁입찰을 자제키로 한 것도
수급불균형 해결에 보탬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채권매입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점도 채권시장의 안정을
점치게 한다.

그러나 금리의 하향안정세는 일부 우량기업에 국한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권안정기금이 이날 사들인 채권도 신용등급 BBB- 이상의 투자적격채권에
국한됐다.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중견 및 중소기업 채권은 외면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전반적 안정을 위해선 채권안정기금의
채권매입대상을 중견 및 중소기업 채권까지로 확대하는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