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출 수 있을까.

금융감독당국이 정한 부채비율 2백% 달성 시한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엄한 제재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각
그룹의 목표달성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 대우 삼성 LG SK 등 5대그룹(공정거래위원회 기준)중 대우는 자체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밝혔다.

대우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추진돼 사실상 그룹자체가 해체되므로
그룹전체 부채비율보다는 개별기업의 부채비율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른 4개그룹은 간신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대우는 워크아웃으로, 나머지 4개그룹은 자력으로 부채비율 2백%를
달성한다는 얘기다.

대우에 대해선 자산실사가 끝난 뒤 대출금 출자전환 같은 특단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6대이하 그룹은 그룹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

주력업종에 따라 부채비율 2백%를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곳도 있다.

금융당국도 5대그룹보다는 6대이하 그룹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이번주들어 6대이하 그룹의 재무구조개선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실적이 크게 미흡한 그룹에 대해선 워크아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
이다.

금감원은 9월말까지 상반기실적을 보고받은 뒤 몇개 군으로 분류해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 2백% 달성은 얼마나 증자를 잘 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5대그룹의 경우 금융권에선 빌린 돈은 6월말 현재 1백48조8천4백80억원으로
작년말의 1백49조7백89억원에 비해 2천3백9억원(1.55%) 감소하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5대그룹의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3백86.0%에서 3백35.7%로
낮아졌다.

차입금규모에 큰 변화가 없어도 자기자본을 늘리는 증자를 원활히 해내면
부채비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4.4분기 증시가 대기업들의 유상증자물량을 얼마나 잘 소화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증자도 제대로 못하고 빚도 못갚는 대기업은 내년부터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기업들에게는 대출금출자전환 카드를 제시할 계획이다.

출자전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식과 부실채권을 관리할 기업구조조정기구
(CRV)를 내년초에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금감위는 CRV로 현재 은행자회사 형태나 외부별도기구로 설립하는 두 가지
방안을 잠정적으로 확정해 세부내용을 다듬고 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