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견 간부로 40대 중반의 김씨.

평소 건강을 자랑하던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손등이 작은 동전 크기만하게
하얗게 변했다.

처음에는 하찮은 피부병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크기가 커지고 숫자도 3~4개로 늘었다.

진단을 받아보니 마이클 잭슨 등도 걸린 백반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은 세계적으로 평균 1백명에 한명 꼴로 나타난다.

통증은 없지만 환자에게 미용이나 심리적 측면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
준다.

특히 얼굴이나 손처럼 많이 노출되는 부위에 생길 때는 더욱 그렇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멜라닌 생성세포가 파괴돼 피부가 하얗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애영 을지의대 노원을지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난 8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반증 환자에게 표피이식술을 시술했다.

부항과 같은 기구로 진공상태를 만들어 정상표피를 위로 불룩 올라오게
한다.

이어 미세한 가위로 잘라내후 백반이 생긴 피부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30여건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흰 반점이 감춰졌다.

그러나 환자 3명의 경우 피부가 얼룩덜룩해졌다.

멜라닌세포가 부족한 표피를 이식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96년부터는 수술전에 자외선을 쬐어 멜라닌 색소를
충분히 늘린후 이식했다.

그 결과 얼룩덜룩해지는 문제점을 줄일수 있었다.

피부색이 짙어지는 기간도 줄어들었다.

수술전에 백납 부위의 표피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레이저나 전기치료기를
사용했다.

이식후에는 특수테이프로 표피를 잘 고정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술이 끝난뒤 수술부위에 몇차례 자외선치료를 실시했다.

이 결과 멜라닌세포가 빨리 증가했다.

광선치료와 표피이식술을 병행해 환자 30여명을 치료한 결과 표피이식술만
하는 것에 비해 모두들 효과가 좋았다.

백반증은 일반적으로 환부의 수나 넓이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다.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을 이용한 약물치료, 광선치료 등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데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물치료는 장기간 할수 없다.

피부미세혈관확장증, 면역기능 약화, 피부위축, 다모증 등을 유발할수
있어서다.

광선치료는 효과가 균일하지 않거나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럴 경우 표피이식술을 하게 된다.

이애영 교수는 "정상피부는 사타구니 부위 등을 떼어다가 사용하므로
외관상 흉이 보이지 않는다"며 "표피이식술후 3~7일 정도면 색소가 안착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피부색표피이식술은 백반증의 진행이 멈춘후 하게 된다"며
"수술전에 간단한 테스트로 성공여부를 가늠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