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30년.

중년으로 취급받는 80대의 "로맨스 그레이"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1백세.

최대 수명이 무려 2백세까지 가능해지는 시대다.

이들에게 암은 20세기의 "전설"이다.

암 유발유전자와 억제유전자가 밝혀지면서 암의 뿌리가 진작 뽑혔기
때문이다.

남녀 모두 20세기에 유행하던 성호르몬 성장호르몬 항산화비타민 DHEA
멜라토닌 등을 대체한 장수호르몬과 장수의약품을 복용하면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내분비 대사 및 혈액순환 기능도 마라톤 선수에 버금간다.

이들은 외모면에서도 20세기말의 50대와 비슷하다.

레티놀A를 능가하는 기능성 화장품이 피부의 탄력을 유지해 주고 있다.

탈모증유전자가 규명되고 유전자치료가 고안돼 대머리가 사라진지도 오래다.

이 얘기는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

오는 2005년 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푸는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암 등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모든 병이
정복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멀지않아 유전자의 변화로 발생하는 노화도 막을 수 있다.

최대 2백세까지 살 수 있다는 전망은 이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현재 인간의 노력으로 가능한 수명은 얼마나 될까.

노화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모두들 궁금해 하는 사항들이다.

최신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수명은 1백20세다.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았던 사람은 지난 65년 1백52세로 사망한 영국의
토마스 파로 알려져 있다.

노화의 원인은 두가지로 추정된다.

가장 주목받는 이론은 "텔로미어 소멸론"과 "유해산소론"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매달려 있는 유전자꼬리.

인간의 세포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일생 동안 50번정도 분열한다.

한번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부분에서 보통 5백50개의 염기쌍이 떨어진다.

모두 2천5백개의 염기쌍이 없어지면 세포가 분열을 멈추고 노화에
들어간다는게 텔로미어 소멸론이다.

이에따라 텔로미어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노화를 억제하는 방안을 과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암화세포에도 텔로머라제가 활성화돼 있어 노화를 억제할 경우 암이
유발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방법의 딜레마다.

유해산소론은 몸을 계속 움직이면 유해산소가 몸안에서 발생, 세포를
죽이면서 노화를 진행시킨다는 이론.

적게 먹고 적절히 운동하며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해야 유해산소의
발생을 억제,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나와 있다.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여분의 음식이 불완전 연소돼 유해산소가 발생한다.

유해산소는 세포내의 발전소라 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파괴,
세포를 노화시킨다.

나아가 돌연변이를 유발해 질병을 일으킨다는 학설.

따라서 소식하는게 절대적인 장수의 비결로 인식되고 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식사량을 40% 줄이면 수명이 40%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적당한 운동은 혈액과 내분비액의 순환을 향상시켜 세포에 더 많은 영양분이
공급되게 한다.

또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며 뇌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

근력 유연성 근지구력 민첩성 평형감을 높여줘 부상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유해산소를 양산해 몸에 해롭다는 지적이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은 호르몬 효소 뇌신경계에 의해 지배되는
생체시계를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려줘 유익하다.

유해산소를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DHEA 멜라토닌 항산화비타민 디프레닐
등도 유력한 노화억제물질로 손꼽혀 왔으나 아직은 효과가 분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 물질들은 생리기능을 개선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중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