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의
진달래꽃
한 묶음 꺾어서
저승 앞에 놓았다.

어머님 편안하시죠?
오냐, 오냐,
편안타, 편안타.

조태일(1941~99) 시집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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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득히 멀다고 생각하는 저승이 이 시에서는 바로 지척이다.

이승과 저승을 이렇게 가깝게 만들고 있는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다.

한데 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하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과연 이 시가 들어 있는 시집을 낸지 겨우 두 달을 넘기고 시인은 어머니가
계시는 저승으로 갔다.

어쩐지 우연만 같지가 않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