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일 고산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이 "자격 없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종단 분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세력이 약화됐던 정화개혁회의는 이번 승소 판결을 계기로 힘을
다시 얻게 됐다.

중앙종회의 총림해제와 일부 말사에 대한 총무원 직영사찰 지정 결의로
내홍에 빠졌던 양산 통도사도 월하 전 종정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법원이 중앙종회의원 자격상실 확인소송에 대해서는 원고의 주장을
기각함으로써 정화개혁회의가 탄생시켰던 비상체제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이수형 부장판사)가 1일 판결문을 통해 밝힌
요지는 정화개혁회의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지만 현 총무원 체제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정화개혁회의는 소장을 통해 "지난해 11월 조계종단이 양분되는 비상사태를
맞아 월하 종정이 원로회의의 제청을 받아들여 중앙종회의 해산을 결정했기
때문에 중앙종회 의원의 자격은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소송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
정화개혁회의측 종회의원 6명 등 7명만 자격상실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기각해 중앙종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다만 총무원장에 대해서는 월주 전 총무원장이 후보를 사퇴하고 다시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중앙종회 소집공고 규정을 어긴 채 총무원장 선거법을 개정
했기 때문에 고산 현 총무원장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총무원은 중앙종회의원 자격상실 확인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은 환영하지만 총무원장 권한 부존재 확인소송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성 기획실장은 "당시 상황의 긴급함을 고려하지 않고 절차만을 문제삼은
것은 선거 절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판단"이라면서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정화개혁회의측도 중앙종회에 대한 판결에는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총무원장 관련 판결에 대해 "정법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현명한 판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사태 전개의 향방은 2일로 예정된 총무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에 대한 결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의 취지로 판단컨대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총무원장 권한 대리인을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해법과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화개혁회의측은 월하 전종정을 총무원장 권한 대리인으로 요청했다.

총무원은 현행 종법에 따라 총무원장 유고시 총무부장이 대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3자를 대리인으로 지명해 선거를 치르도록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동안 국지적인 분쟁에 그쳤던 조계종 분규는 다시
전국적인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총무원장 재선거를 둘러싸고 조계종의 내분이 한동안 불교계를 뒤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