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음에도 "제2 환란설"이 심심찮게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대우사태가 불거진 이후로는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부쩍 높아졌다.

그렇다면 실제 외환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를 계측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위기진단지표에 근거, 우리나라의 제2위기 발생 가능성을
분석한 결론은 단기적으론 그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위기가 완전히 극복된게 아니라는 것도 분명
하다.

<> 단기통화방어능력 = 투자가들은 채무대상국의 채무이행능력이 의문이
가면 만기도래 채권의 차환발행을 기피하게 된다.

이같은 현상이 금융위기로 진전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통화가치 방어
능력이 높아야 한다.

통화가치 방어능력은 위기때 긴급자금이 얼마나 준비됐나로 가늠된다.

한국의 경우 우선 외채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97년 13.2%에서 금년에는
47.7%로 높아졌다.

또 외환보유액으로 수입대금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입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15%에서 63.8%로 높아질 전망이다.

결국 원화의 가치방어 능력은 위기당시에 비해 4배 이상 높아졌다.

그만큼 외환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 해외자금조달능력 = 외환위기가 중장기화될 경우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해외자금을 조달할 경우 가장 중요시되는 요인은 경상수지다.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2백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된다.

외채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단기외채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투자부적격 단계로 떨어진 국가신용도도 이제는 투자적격
단계로 조정됐다.

해외자금조달 능력이 다시 생긴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도 원화의 가치방어능력이 제고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국내저축능력 = 반면 국내에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6.8%로 제고됐던 국내저축률은 금년에는 24.7%로 2.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조짐이다.

올들어 경기회복과 함께 소비심리가 살아난데 따른 것이다.

재정적자도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앞으로 구조조정과 각종 개혁과정에서 약속한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감안할
때 재정수지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1백조원대로 늘어난 국가채무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 자본유입의 건전도 = 국가의 자본유입 구성이 건전한 가는 일반적으로
순직접투자(외국인투자-해외투자)와 경상수지 합계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판단한다.

부의 비율이 커질수록 단기성 투기자금의 의존도와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자본유입의 건전도는 4백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에 힘입어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올들어 흑자규모가 작년의 절반수준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경상수지가 계속 줄어들고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재개되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투기자금 비중과 자본유출의 가능성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우려되는 대목이다.

<> 자산 인플레 정도 = 경제의 거품정도를 나타내는 자산인플레 해소여부
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돈이 많이 풀린 것이 문제다.

현 추세대로라면 금년에 총통화(M2) 증가율이 2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언제든지 경제의 거품화로 연결된 소지가
있다.

이를 종합할 때 단기적으로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위기가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님을 시사해
주고 있다.

< 한상춘 전문위원 hsc@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