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IMF 모범생"이라면 말레이시아는 "IMF 문제아" 취급을 받아 왔다.

외환위기를 당하고도 IMF 프로그램을 거부한채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들어 말레이시아가 한국이나 태국 못지 않은 경제회복을 이루면서
새로운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던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는 최근 각종 기고문을 통해 "마하티르의 정책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특히 지난달에는 당사자인 IMF조차도 연차보고서를 통해 "마하티르식 처방"
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달리 경제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
했다.

마하티르식 처방이란 고정환율제와 자본통제 정책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8월 헤지펀드 등 단기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아
링기트화가 폭락하고 주가지수도 1,200에서 26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마하티르 총리는 작년 9월1일 <>링기트화를 달러당 3.8링기트로 고정
시키고 <>주식, 국채, 부동산 등의 매각대금 송금을 1년간 제한하는 자본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대해 IMF를 위시한 서방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위기를 심화시키는 조치"
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말레이시아는 올 2분기 4.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작년 1분기부터 계속돼온
마이너스 성장에 종지부를 찍었다.

치솟던 실업률과 인플레율도 각각 3%선으로 진정됐다.

자본규제 당시 262.70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2백% 가까이 올랐다.

이에따라 서방의 금융기관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메릴린치는 말레이시아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2%에서 4.9%로 높이면서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월에는 모건 스탠리가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말레이시아 주식을 다시 편입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관리형 경제재생"이 결국은 장기적인 경쟁력
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말레이시아의 성과를 놓고 한국이 IMF 방식을
택한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은 곤란하다"는 의견이다.

자원이 풍부한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