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경부의 주세 개편안은 기대이하다. 종량세로 가야한다"

한국 경제정책에 시시콜콜 간섭하는데 이골이 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유럽증류주협회 산하 무역위원회 팀 잭슨 회장의 코멘트다.

그는 최근 "미국업계와 손잡고 유럽(EU집행위)및 미국정부로 하여금 한국의
주세개편안을 "비토"놓게 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겁을 주었다.

소주와 위스키 주세율이 같아야 "글로벌스탠다드"라고 우겨서 한국의 주세
개편을 이끌어 낸 당사자가 개편안의 잉크도 마르기전에 또다른 요구를 들고
나오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외국 술업자들은 한국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소주세율을 2.5배나
올리기로 했고 소주업계는 이에 반발해서 여론몰이 투쟁에 나서는 등 파장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국의 국내사정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었고 "이왕 내친
김에 뿌리를 뽑겠다"는 식이다.

유럽과 미국의 위스키업자들은 한국이 주세제도를 고치기만하면 한 목
잡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가 예상이 빗나가자 딴 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 재경부가 서민층을 의식한 나머지 소주세를 건드리지 못하고
위스키세율(1백%)을 소주수준(35%)으로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같다.

그럴 경우 양주 판매를 단숨에 3-4배 늘일 수 있다고 보고 재고비축까지
했다고 들린다.

하지만 재경부는 소주세율을 대폭 올리고 양주세율을 약간 낮춰 서로 맞추는
개편안을 내놓았고 의표를 찔린 외국 술업자들은 종량세제를 도입하라고
우기고있는 것이다.

저들의 주장은 게임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자 뒤늦게 규칙을 바꾸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외국업계단체가 주세개편에 대한 구체안까지 들고나올 정도로 만만하게
보이게 된데는 우리 탓도 크다.

과거 한국정부는 담배시장을 개방하면서 세금을 올릴 때는 상대방과 협의
하겠다고 약속하는등 어처구니 없는 통상협상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를 잘 아는 외국술업자들이 IMF체제이후 한국의 대외자세가 어느 때보다
흐물흐물해진 기회를 놓치지않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글로벌경제시대를 선도한답시고 개방노선을 강화하고 있지만 상대는
한국시장 파고들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같아 안타깝다.

< 이동우 경제부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