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4개월여만에 8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기업수익으로 본 펀더멘털과 미국증시를 비롯한 해외여건 등을 감안할 때
주가는 그다지 하락할 요인이 없는데도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8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한진그룹의 세무조사결과 발표에서 시작된 장외불안요인과 투자신탁(운용)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투자심리가 극히 불안해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수급불균형도 문제다.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1조원을 넘는 등 대기매물의 압박이 거센데도 기관
등의 매수여력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기술적 분석으로 볼 때는 추가하락 보다는 급반등할 수 있는 계기다
될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무작정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지기 보다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한 뒤 투자결정을 내리는게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주가폭락 원인 =수급균형이 무너진 것과 투자심리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 주가폭락을 이끈 양대 요인이다.

1조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프로그램매수 잔고가 가장 큰
불안요소다.

김기환 마이다스자산운용 이사는 "엄청난 프로그램매수 잔고로 인해 증시는
거대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과 보험회사들의 손절매(stop-loss) 물량도 수급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무조사라는 장외악재까지 가세했다.

5천억원 이상 추징키로 한 한진그룹 세무조사결과 발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세무조사 확대설이 나돌아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주식 대량(4백만주) 매도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전날 발표된 "금융시장안정대책"에서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잠재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 증시여건 분석 =기술적으로나 펀더멘털로 볼 때 주가가 800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
이었다.

서명석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800은 이격도나 엘리오트 파동이론
으로 볼 때 단기 및 중기 저점이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 주가가 4일 1.21%나 상승하는 등 해외요인이 안정되고 있다"며 "상장
기업의 실적이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중장기적
으로 주가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회사채수익률도 연 9.3%대로 낮아지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 주가전망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수급과 불안심리다.

주가가 이런 요인에 움직일 때는 주가가 어느정도 움직일지에 대한 정확한
전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요소다.

재경부나 금감위 등은 주식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국세청이 주식시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장외불안요인과 수급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주가가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펀더멘털이나 기술적 분석으로 볼 때 희망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이 매수우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