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기업인수합병(M&A) 붐에 힘입어 전세계 M&A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톰슨파이낸셜시큐러티스데이터(이하 톰슨)는 5일 올들어 지난달말
까지 전세계에서 성사된 M&A가 2조2천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1조9천3백억달러보다 16% 늘어났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분기별로는 지난 3.4분기 실적이 7천8백8억달러에 달해 전년동기대비 46%
증가하며 가장 활발한 추세를 보였다고 이 회사는 덧붙였다.

지역별로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M&A 붐이 가장 거셌다.

지난 3.4분기중 유럽의 M&A 실적은 3천7백46억달러로 1년 전(1천7억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3천2백20억달러)을 제쳤다.

이 기간 미국의 M&A 실적은 한 해 전보다 10% 줄었다.

또 올들어 지금까지 이뤄진 M&A 가운데 유럽의 비중도 36%로 높아져 미국
(52%)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지난해에는 유럽이 21%, 미국은 67%를 차지해 미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런던의 로펌인 설리반&크롬웰의 스콧 밀러 변호사는 "올해의 경우
세계적으로 규모가 가장 큰 M&A 5건 가운데 4건이 유럽에서 이뤄지는 등
대형 M&A 부문도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딧수지퍼스트보스턴의 돈 멜처 유럽 M&A 책임자는 "유럽연합의 출범이
M&A 붐을 불러왔다"며 "유럽에서는 M&A를 통해 자국내 최대기업들이 곧바로
유럽 최대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때문에 최근 유럽에서 성사된 대형 M&A중 상당수는 인수되기를
원치않는 기업을 강제로 사들이는 적대적 M&A"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M&A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해 지난 9월까지의 실적이 지난해 전체
실적(1조달러)에 육박했다.

3.4분기에 주춤했던 미국 M&A 시장은 4.4분기에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4일 하룻동안만 미국 2대 장거리전화업체 MCI월드콤이 동종업계 3위인
스프린트를 6백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하는등 9백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M&A관련 보도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는 3.4분기 실적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편 2개업체가 짝을 지어온 기존의 M&A와는 달리 올들어선 3개업체가
한꺼번에 결합하는 트리오M&A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경우 다이이치간교은행과 후지은행 니혼고교은행등이 합병규모
1백40조엔(약1조3천억달러)에 이르는 합병을 내년 가을까지 성사시켜
세계최대은행을 탄생시키기로 했다.

또 원자재업계에선 알루미늄 생산량 세계2위인 캐나다 알캉과 프랑스
페시니(4위) 스위스의 알루시셰 론자가 지난 8월 합병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톰슨은 올해 M&A 중개시장에선 유럽의 대형 M&A 여러건에 관여한
골드만삭스가 전체의 35.7%인 8천억달러를 중개해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