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의 장거리 통신업체인 MCI월드컴은 5일 1천2백90억달러에 경쟁업체
인 스프린트를 합병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인수금액은 세계 기업인수합병(M&A) 사상 최대규모다.

지금까지 최대 기록은 지난해 미국 석유업체들인 엑슨과 모빌간 8백2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합병사는 매출기준으로는 AT&T를 이은 세계2위업체가 된다.

또 싯가총액이 2천억달러를 넘어서게 돼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통신기업이
될 전망이다.

MCI는 당초 인수금으로 6백70억달러를 제시했으나 지역통신업체인 벨사우스
가 7백20억~1천억달러규모의 인수안을 내놓자 인수금액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이사회는 이날 스프린트 주식 1주를 75달러씩하는 MCI 주식 1주로
교환해 주는 주식스와프(주식교환)방식 합병에 합의했다.

스프린트의 이동통신부문인 스프린트 PCS의 주식은 MCI주식 0.1547주와
교환해주기로 했다.

MCI는 1백40억달러에 달하는 스프린트의 부채도 떠안기로 했다.

합병사의 경영은 피합병업체인 스프린트의 윌리엄 에스레이 최고경영자(CEO)
가 맡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양사간 합병은 통신업계의 무한경쟁을 대비한 포석
으로 풀이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시내전화는 거의 공짜나 나름없고 장거리 전화요금도
지난달 AT&T가 가격인하를 결정,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장거리통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MCI월드컴으로서는 장거리이외의
다른 사업분야로 진출하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MCI월드컴은 이번 합병으로 스프린트의 PCS 네트워크망을 통합해 전국규모의
이동통신망을 구축, 경쟁력있는 이동통신업체로 떠올랐다.

또 장거리통신분야에서 3천만명(32%)의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선두업체인 AT&T(48%)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이 됐다는 의미다.

이번 합병을 주도한 MCI월드컴의 버나드 에버스 회장은 "작년 9월 월드컴이
4백억달러에 MCI를 합병한 데 이어 이번 합병을 성사시킴으로써 MCI는
명실공히 통신업계를 이끄는 주도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합병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은 "M&A붐에 편승하지 않고 그동안 독자노선을
걸어오던 스프린트가 MCI월드컴에 흡수됨에 따라 미국 통신시장을 휩쓸었던
M&A붐은 일단 휴식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