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조세형에 이어 탈옥수 신창원의 변호를 맡으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엄상익(45)변호사.

일반인에게는 금기의 영역처럼 인식돼 온 재판 현장을 드나들면서 보고 느낀
점을 진솔하게 알림으로써 스스로 "변호사 저널리즘"이란 용어를 만들어
냈다.

최근에는 "도망자 신창원"의 집필에 들어가 다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자칫 "화제 인물"을 쫓아다니며 자신의 명망을 채우려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가 법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안타까운 삶의 기록인 "욕심그릇이 작을수록
자유롭다"(좋은생각, 6천5백원)를 펴냈다.

출감 후 목회자의 길을 걷는 "대도 조세형", 탈옥수 신창원과의 만남,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전인권 등의 애절한 사연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조세형의 변호를 맡게 된 동기와 다섯달 동안 그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던
일, 마침내 "7년 보호감호 처분"에 승소해 자유의 몸이 된 그와 한집에
살면서 겪은 웃지 못할 사연, TV에 출연해 교도소 내의 인권을 널리 알린
이야기 등이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의외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보이며 어렸을 때 작은 사랑이라도 받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신창원과의 만남도 들려준다.

후배 전인권을 구하기 위해 김민기가 보내온 탄원서의 내용은 가슴
뭉클하다.

어느 사형수에게서 온 편지, 뒤늦게 뉘우친 철부지 흉악범에 얽힌 에피소드,
아내가 이단에 빠졌다며 탄식하는 남편의 하소연 등 애틋한 사연이 가득하다.

이 책은 변호사로서보다는 한 사람의 관찰자이자 사색가로서 엄상익이
바라본 법정 풍경이다.

검은 법복과 잿빛 죄수복 사이에서 생활했던 한 변호사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의 독특한 필체는 법정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드라마 같은 장면들을 보며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임을 발견하게 된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