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한다.

대학가에선 인문학이 비인기 학과로 전락한지 오래다.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다.

대학정책도 기초학문을 경쟁력 없는 "퇴출대상"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팽배하다.

하지만 인문학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역사상 유례없던 풍요는 인간을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하지만 바로 그점이 인문학으로서는 최대의 복병이었다.

물질과 정신의 괴리끝에 자기한계에 부딪친 인간은 스스로 존재에 대한
회의를 하게 됐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인문주의 정신의 부활을 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도서출판 푸른숲의 "인문학의 위기-인문의 새로운 길을 향한 중국 지식인의
성찰과 모색"(백원담 편역, 1만원)은 중국 지식인들의 인문정신 논쟁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93년부터 3년간 중국 주요 문예지에 연재된 "문학의 상업화", "대중화",
"인문의 위기"에 대한 좌담과 주장이 실려있다.

80년대 중국 문화부장을 지낸 저명작가 왕몽, 중국의 대표적인 후현대주의자
진효명, 역시 후현대주의 주창자인 장이무등 당대 손꼽히는 지성들의
불꽃튀는 격론을 들어볼 수 있다.

이에 천착한 한국의 중국 문학 연구자들이 펴낸 "인문정신 논쟁에 대한 연구
논문"들도 한데 묶었다.

이책에 따르면 93년부터 비롯된 중국의 인문정신 논쟁의 초기 흐름은
문학이었다.

문학이 대중의 입맛에 아부해 쾌감만을 추구하고 작가와 예술가가 상업주의
로 치닫는 점이 집중 성토됐다.

1년이 지난뒤엔 논지가 "인문정신"으로 옮겨져 전개된다.

"새롭게 찾아야 인문의 길이 있는가" "중국의 전통속에 인문정신이
있었는가" "인문정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문의 위기라는 접점에서 첨예하게 사유하던 중국 지식인들은 뜨거운
논쟁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인의 존재방식을 규명하고자 했다.

중국 지식인들이 인문학 위기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인문학의
문제의 근원을 생각하고 그 대안을 찾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