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의 전도사"

윤종용(56) 삼성전자 사장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지난 96년말 삼성 일본 현지법인 사장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삼성전자를 다시 탄탄대로에
올려 놓은 경영자로 평가되고 있다.

휘청거렸던 인텔을 살린 미국의 앤디 그로브 회장과 곧잘 비교된다.

윤 사장이 부임한 96년말은 삼성전자가 95년 2조5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후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아주 고전하던 때였다.

"한때는 한달 적자가 1천억원이 넘을 정도까지 됐습니다.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윤 사장의 말이다.

삼성그룹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삼성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성 고위 경영층에는 비상이 걸렸으며 구원투수로 윤 사장이 선택됐다.

윤 사장은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선택과 집중, 재무구조 견실화, 미래
핵심 경쟁력 확보라는 3가지 구조조정 기준을 천명했다.

적자이면서 장래성이 없는 사업에선 과감히 철수했으며 불필요한 부동산
매각, 분사, 재고.채권의 축소 등을 추진했다.

5만9천명에 달했던 인력도 4만명 수준으로 줄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지난 상반기 1조3천억원
의 흑자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흑자는 삼성의 IMF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윤 사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생산이나 판매,해외 사업장을 둘러보는데
보낸다.

"CEO(최고경영자)라면 1년의 반은 현장에서 시장을 파악하고 나머지는
미래를 통찰하는데 써야 한다"는게 지론이다.

엔지니어 출신(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의 그가 경영에 누구 못지 않은
수완을 발휘하는 것은 현장을 중시한 덕분이다.

윤 사장의 요즘 화두는 "디지털"이다.

삼성전자가 디지털시대 세계 리더기업이 될 수 있을까를 구상하고 실천에
옮기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올해 3조~4조원에 이를 것이 확실한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가는 초일류기업"이라는 그의 야심이 실현불가능한 꿈만은 아님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