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모든 직원들은 오는 20일까지 인사평가의 주체가 된다.

아랫사람 윗사람 동료는 물론 자신도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올해 본격 시행된 다면평가제도가 배경이다.

인사부의 K과장.

부장을 어떻게 평가할 지 고민이다.

상사를 평가한다는 게 아무래도 익숙지 않다.

자신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높은 점수를 줬다고 남우세를 사지 않을까 걱정이다.

점수를 짜게 매기자니 다른 동료가 마음에 걸린다.

동료나 아랫사람에 대한 평가는 수월한 편.

일하면서 느낀대로 점수를 줄 작정이다.

업무협조가 잘되던 A과장, 일처리가 깔끔한 아이디어도 많은 부하직원 B씨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K과장은 이런 고민을 거쳐 20일까지 사내 인트라넷상의 네가지 평가서를
완성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다면평가제는 무척 낯설다.

위 아래를 강조하는 유교사상에 비춰 더욱 그렇다.

제도의 취지는 상사 혼자 평가하는 기존 인사고과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

한국석유개발공사의 경우 상사평가제(부장은 처실장을, 과장 대리 사원은
부장을, 대리사원은 과장을 각각 평가) 지도평가제(처실장은 부장을, 부장은
과장 대리사원을, 과장은 사원을 평가) 동료평가제(동일부서 근무경력이 있는
동료평가) 자기신고제(자신을 평가하고 건의사항을 신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면평가가 이뤄지는 장은 직원들이 쓰고 있는 PC다.

회사측에서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제공하는 양식에 따라 직원들은 매년
10월1일부터 20일까지 평가서를 작성한다.

회사는 직원평가 자료를 10월말까지 종합한 뒤 11월 상사가 부하직원들을
평가하는 기존 근무평정자료와 함께 인사때 활용한다.

다면평가는 직원들의 의사반영폭이 넓다.

예컨대 자기신고서에는 본인 희망부서를, 지도평가서에는 상사가 보는 해당
직원 적임부서를 각각 3개까지 적도록 했다.

따라서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탄력적 인사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만큼 "공기업이서 무겁고 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문화도 확 바뀌고 있다.

양동용 인사부장은 "준비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도입 이후 직원들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졌다"며 "앞으로 1~2년후 평가결과를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피드백 기능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