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경쟁력 확보 급선무 ]

최공필 <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그동안의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경제는 이제 IMF 졸업을 거론할 정도로
외견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대우 및 투신관련 불안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과거에 비해 충격에 반응하는 시장의 움직임이 신속해져 예상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조심스런 낙관론은 우리 모두의 진정한 변화를 전제로한
경쟁력의 회복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노력은 위기극복의 전단계인 위기수습단계라고 한다면 이제
부터는 본격적인 산업경쟁력 회복과 위기징후에 대한 사전적 대응이 가능한
탄력적 체제를 갖추어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주를 이뤄야 한다.

위기의 극복은, 위기로 야기된 각종 문제를 수습하는 차원을 넘어서 위기에
대한 경제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제거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질적 변화를 파악하는데는 거시경제지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보다 근본적 차원의 변화는 경제주체 각자가 시장규율을 준수하는 전제하
에서 창의성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위기극복노력은 위기로 나타난 각종 부작용을 수습하는 것을 토대로
이뤄져야 견고하게 이어질 수 있다.

고실업, 금융중개기능의 난조, 중산층의 퇴조, 중소산업기반의 붕괴, 금융
부실의 증가, 재정적자의 확대 등 위기이후 정책처방의 부작용 또는 경쟁력
쇠퇴로 퇴출된 부분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무장된 성장동인으로 흡수해야
한다.

당장은 대우와 투신사태로 앞이 불투명하나 이번 난제를 시장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과단성있는 정책대응으로 해결해 나갈 경우 우리경제의
미래가 한층 밝아질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즉, 위기수습을 위한 정책대응에 있어 당국은 상황의 피상적 안정을 넘어서
근본적인 불안요인의 제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과연 발표되는 정책이 단순한 증상완화가 아닌 진정한 경쟁력회복에 도움이
되는 조치인지의 여부를 이제 시장은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실처리가 주를 이루는 위기극복의 초기단계는 정부가 주도할 수
밖에 없으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변화된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주도해 나가는 역할은 결국 민간주체들의 몫이다.

특히 소득창출원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부문이나 이를 지지하는 금융부문
의 개혁은 부채비율 감축이나 자본적정성 충족의 차원을 넘어서 소유지배
구조의 개선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단 정부개입을 통해 부실의 주체와 연관된 시장불안심리의 확산을
차단하는 한편 분명한 책임규명을 통해 확고한 시장규율을 확립해 도덕적
해이를 줄여야 한다.

아울러 금융기관과 과다차입기업에 대한 건전성감독을 강화하여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요인을 줄여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중시의 민주주의가 규제탈피 일변도의 자유방임이
아니라 규율을 준수하는 자에 한해 무한한 기회가 주어지는 합리적인 공동의
장으로 강조돼야 한다.

특히 감독능력에 부합하는 자본자유화를 통해 소수가 혜택을 독점하고
부실책임은 납세자의 몫으로 남는 그 동안의 비정상적 관행을 반드시 타파해
나가야 한다.

결국 진정한 위기극복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거시지표 호전세
보다는 국제경쟁력의 회복과 경제체제상의 신축성 확보다.

구체적으로는 금융부문의 건전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충분한 외환
보유고의 비축 및 환율의 신축적 조정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전염효과를
차단하면서 경쟁력있는 부문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또한 각종 위기결정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는 동시에 현 정부조직 체계상의
문제점도 시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경제적 요인이나 경제정책상 실패만이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위기의 극복은 경제체제 및 정치.사회전반의 균등한 발전을 바탕으로
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당국은 진정한 시장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장인프라와
규율을 확충해 가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위기대응을 위한 기초여건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산업,
그리고 효율적인 정책대응 체제가 갖추어진다면 우리는 위기극복의 교훈을
다른 국가에 자신있게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