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경이 제자들과 함께 1910년께 "말모아"란 우리말사저편찬을 시도한
이래, 1938년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을 필두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백여종의 국어사전이 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고 크게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것은 4종정도가
꼽힌다.

수록 어휘가 20만~40만에 이르는 큰 사전들이다.

그러나 이런 큰사전들 조차 편제와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 항상 지적돼
왔다.

부피만 부풀리기 위해 어휘수만 늘리고 쓰이지도 않는 억지말들을 늘어
놓았다.

한자어가 60%가 넘는 것은 우리문화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해도 지금은
쓰이지도 않는 한자어가 셀 수 없이 많다.

한자로 적혀있어 한자어처럼 보이는 일본어도 거의 우리말 수와 맞먹는다.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별하지 않고 서양말이면 덮어놓고 실어 그런 것들이
5~6%나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일본 서양에도 없는 외래어는 늘어 가기만 한다.

어디 그뿐인가.

표준어나 표기법이 사전마다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특허 외국인명이나 지명은 종잡기 어렵다.

또 예문과 어원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

토박이 말을 살려 싣지 않은 것이나 민족문학이나 전통문화 관련 어휘가
부족한 것은 치명적 결함이다.

출판사의 비전문가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앞서 발간된 사전이나 일본어
사전을 경쟁적으로 베낀데서 온 잘못이다.

그것은 정부의 원칙없는 어문정책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전3권)이 나왔다.

국가에서 최초로 편찬한 국어사전이다.

북한어 방언 옛말까지 포함 50만 단어를 현행 어문규정에 맞춰 실었다고
한다.

2백여명의 전공자들이 8년동안 매달린 대역사다.

이 사전이 편찬의 원칙을 바로 세워 기존 사전의 잘못을 얼마나 바로
잡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사전은 가장 나쁜 것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고, 가장 좋은 것이라도
완전한 것은 없다고 한다.

계속적인 조사연구, 보완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재정이 필수적인데 편찬실
해체소식부터 들리니 걱정이 앞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