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게 죄입니까. 기혼여성은 남편이 있다고 해고당하고 미혼여성
은 생계부양 책임이 없다는이유로 퇴출당하는 게 우리 여성근로의
현실입니다"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가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에 낸 보고서의
지적이다.

8일 "남여고용평등의 달" 기념식이 열렸고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지
벌써 12년이 됐지만 여성에 대한 불이익은 여전하다.

겉으로는 분명히 "평등"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곧바로 "불평등"이 불거져
나온다.

<> 실태 =농협은 지난 2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남성직원 1천6백24명과 여성직원 1천9백33명이 퇴직됐다.

여성직원 10명중 4명 가까이(38.7%)가 나간 셈이다.

남성 퇴직률(12.5%)의 3배를 넘는다.

당시 명예퇴직 타겟은 사내부부로 맞춰졌다.

사내부부 7백62쌍 가운데 7백52쌍의 부부 한사람이 그만두었다.

물론 "아내" 6백88명이 "명예롭게" 퇴직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올 연초 직원의 10%를 정리해고하면서 "사내부부 감점제도"
를 적용했다.

근무평가 및 업무능력 평가성적을 1백점 만점으로 해 사내부부중 한명이
사직하면 남은 다른 한명에게 15점을 더 준다는 것.

만일 부부중 한명도 사직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에게 15점씩 감점을 주도록
했다.

결과는 뻔했다.

사내부부중 아내를 포함해 여자 64명이 그만두었다.

여성에게 더욱 가혹했던 감원의 공포는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 97년에는 여성상용근로자는 1백97만2천명이었다.

지난해 1백60만1천명으로 줄어든 뒤 올 상반기엔 1백48만5천명으로 격감
했다.

IMF를 치르면서 여성들이 잘려나간 흔적이다.

일부는 집으로 갔고 일부는 일용직이나 임시직으로 다시 채용됐다.

그래서 여성 근로자중 상용직비율은 올 상반기 현재 29.5%에 불과하다.

나머지 70.5%는 임시직이거나 일용직이다.

<> 대응 및 대책 =이같은 성차별적 구조조정을 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성 교수 18명과 지난 5월 농협에서 해고된 2명의 여성 근로자, 여성단체
대표 10명은 농협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사자들은 서울지법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부도 남녀고용 평등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8일 산업인력공단에서 열린 제5회 "남여고용평등의 달" 기념식에서 김종필
총리는 "여성채용 장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직장에 어린이 보호시설을 늘리는
등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인상 노총위원장과 김창성 경총 회장은 "남녀고용평등 실현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최근 3백여개 공기업과 50대 대기업 등에게 여성의 취업을
늘리라고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위법.부당한 해고가 적발될 경우엔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경고도 보냈다.

민간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면접심사위원에 반드시 여성을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특히 신입사원 채용 때 군대에 갔다온 남자에겐 가산점을 주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모든 여성들에게 같은 가산점을 주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노동부는 우선 올가을 공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때 여성가산점 제도를
적용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이밖에 전국 46개 지방노동관서에 설치된 여성고용차별 신고창구
(1588-7878) 운영을 활성화하고 여성단체들이 고용상담 창구를 개설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