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키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정책방향이다.

지금 금리를 올리고 긴축기조로 돌아설 이유도 없거니와 시기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대우문제나 투신구조조정등 금융불안 가능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하겠다.

경제성장률만 하더라도 이를 두고 경기과열과 인플레를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 8.8%의 성장률을 보인다 하더라도 지난 97년에 비해 2.5% 성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3분기 성장률이 11%를 기록해 지난 90년 1.4분기(11.4%) 이후 최고치라고
하지만 반도체등 일부 수출업종의 호황이 과도하게 반영된 일종의 통계적
착시라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까지 올라와 있는 반도체산업이
초래하는 통계왜곡을 감안하지 않고 평균치만을 놓고 경기과열을 논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정책 대응을 낳게될 것이다.

업종간 편차도 그렇지만 공장가동률이 여전히 80%(8월)를 밑돌고 있고
실업률은 구직포기자를 합칠 경우 8%대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물론 최근들어 해외로부터의 비용상승 요인이 적지않았고 상반기중 7.6%에
달한 소비증가율도 물가불안을 우려할 만한 요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소비증가율 역시 지난해 극도로 침체됐던 소비활동의 반사적 수치에
불과하고 유가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코스트 푸시에 의한 인플레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금융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본원통화(현금통화) 증가율이 가파르고 화폐유통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도
금융불안에 의한 금융권간 자금이동이 극심한 결과였을 뿐 경기 과열의
결과는 아니라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지금 긴축을 논하는 것은 자칫 그나마의 경제회복에
찬물만 끼얹을 가능성이 크고 산업간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외에도
실업구제등 당면한 경제문제 해결에 중대한 장애물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대우문제나 투신 구조조정, 주가급등락등 금융불안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게 현실이다.

금리가 1% 상승할 때마다 금융기관들이 수조원씩의 부실채권을 더 쌓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자칫 악순환의 방아쇠를
격발시키는 것과 다를바 없다 하겠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현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키로 한 것은 그런 면에서
지극히 온당한 결정이라고 본다.

한은은 물가와 통화가치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 역시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의 하나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주길 거듭 당부해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