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건설교통부가 주택청약제도를 또다시 대대적으로
뜯어 고칠 모양이다.

주택건설업계의 경영난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서도
주택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건교부의 정책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주택경기가 과연 살아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자칫
부작용만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주택정책은 말그대로 국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고 향상시키는 정책이
돼야지 주택건설업체 지원정책으로 비쳐서는 안될 것이다.

건교부가 지난 7일 "주택건설촉진을 위한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확정한
주요 개정내용은 국민주택 재당첨제한 폐지, 청약예금 가입자격 및 취급은행
확대 등이다.

이렇게 되면 올연말 부터는 일부 여유있는 사람들은 별다른 제한없이
얼마든지 주택청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지금까지의 주택청약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번 기회에 주택청약제도를 전면폐지하고 주택수급을
시장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주택정책 기조를 재정립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국평균 주택보급률이 이미 90%를 훨씬 넘은데다 까다로운 주택수요자들의
기호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요즘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해마다 정부가 주택공급물량을 미리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택건설업체를 닦달하는 식의 주택정책은 지양해야 할 때가
됐다.

일반주택의 수급을 시장자율에 맡기는 대신 정부는 저소득층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한 역할분담 이라고 본다.

거듭 말하지만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주택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어떻게든
덜어줘야 취약한 주택공급기반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만 중장기적
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건교부 주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주택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취해온 분양가 자율화,
소형아파트 의무건축비율 폐지, 양도세 감면확대 등 일련의 조치들이 주택
시장의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주택경기를 자극하기
위한 응급처방으로 동원된 것은 잘못이다.

지금은 자산디플레이션에 따른 공황조짐을 걱정해야 했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경제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또한 일반적으로 주택경기는 일반경기에 비해 후행하므로 내년이후에도
경기회복세가 지속된다면 주택경기 회복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건교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좀더 중장기
적인 시각에서 시장자율시대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가다듬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