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 손실분담에 대한 원칙은 정해졌습니까"

"대우채권에 대한 손실은 증권사와 투신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정부
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업계가 알아서 분담원칙을 정해야
한다"

8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증권.투신사 간담회"에서 사장들과
강병호 금융감독원 부원장간에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50여명의 사장들이 가장 애타게 기다리던 정부 정책중
하나가 바로 대우채권 손실분담 비율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 부원장은 근심어린 사장들의 진지한 물음에 업계자율을 들먹이며
"알아서 해라"라는 빈껍데기 말만 되풀이 했다.

증권.투신사 사장들은 두달전인 지난 8월12일 저녁 늦게 증권거래소 회의장
에 긴급히 모여 수익증권 환매제한 조치를 "자율결의" 형식으로 이끌어 낸
적은 있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책이었음이
밝혀졌다.

정부도 후속대책을 여러차례 내놓았다.

그것이 자율이 됐든 강요가 됐든 두달이 지난 지금 금융시장은 다행이나마
큰 파국은 면했다.

정부의 지적대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매듭을 짓는 일이다.

그래야만 정부의 의도대로 금융시장은 대우사태의 역경을 딛고 정상궤도로
올라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매제한 조치로 야기된 온갖 문제의 매듭은 대우채권에 대한
손실분담 원칙을 하루빨리 정하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사안 자체가 대우채권 환매제한 조치보다 훨씬 더 중요할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분담 원칙은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간주되는 투신 구조조정과도
맞물려 있다.

나아가 수익증권에 2백20조원을 맡기고 있는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증권 투신사로서는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다.

업계 자율에 맡겨 놓으면 증권사와 투신사는 각각 "아군""적군"이 돼 분담
비율을 최소화하려고 아우성칠 게 분명하다.

죽도 밥도 되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다가 금융시장의 혼란만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같은 막중한 사안에 대해 "업계가 알아서 해라"라는 말은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지는 당국자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이었다.

<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