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어학연수 갔을 때의 일이다.

롤러브레이드를 구입해서 며칠 탔는데 발 크기보다 작았는지 발이 아팠다.

이미 여러번 탄 것이라 교환할 수도 없겠지 했는데 내가 묵고 있던 홈스테이
아저씨가 교환을 하라는 것이었다.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여기는 캐나다야"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정이야기를 들은 매장 직원은 자신들이 판 것임을 확인한
뒤 불평 한마디 않고 내 발에 맞는 사이즈로 바꿔 주는 것이었다.

최근 명동에 있는 L백화점에서 옷을 산 적이 있다.

그런데 팔꿈치부분에 보풀이 심하게 일어났다.

매장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마뜩찮은 표정으로 소비자상담실에 가서
말하라는 것이었다.

상담실에 가니 내가 왜 왔는지 이미 아는 눈치였다.

직원은 하자가 있는 상품을 팔았을리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보풀을
안에 집어 넣어 줄테니 그냥 입으라고 했다.

나는 순간 내가 큰 백화점 소비자 상담실에 와 있는 건지, 동네 수선집에
와 있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옷을 교환하고 안하고는 이미 관심밖이었다.

그들 말처럼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옷에 흠집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
백화점측도 아무리 검사를 했다손 치더라도 하자가 있는 상품을 팔 가능성이
있는게 아닌가.

어떻게 자신들은 완벽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또 소위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백화점직원들이 소비자를 거짓말장이로 몰며 안하무인격인 자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순간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마디가 있었다.

"아, 여기는 한국이야"

이채영 < 숙명여대 경제학과 3년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