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의 불교 종단인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청사 입구는 육중한 바리케이트로 봉쇄됐고 총무원측이 고용한 건장한
청년들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현 총무원 체제에 반대하는 정화개혁회의 측에서는 청사에 진입하기 위해
승려들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조계종이 다시 분규에 휘말릴 것인지 그리고 양측의 입장 차이 등을
짚어본다.

<> 종권다툼 배경 =이번 분규는 지난 2일 서울지법 민사합의 42부(재판장
이수형 부장판사)가 정화개혁회의측이 낸 고산 총무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고산스님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으로 도견스님을
선임한다"고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사법부가 선거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정화개혁회의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총무원 집행부와 중앙종회는 2일 오후 연석회의를 열어
도견스님의 직무대행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원로회의 의장 탄성 스님은 유시를 통해 법원의 판결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재가 종무원과 산하 신도회도 법원의 결정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정화개혁회의측의 반격도 즉각 터져나왔다.

사퇴의사를 밝혔던 도견스님은 이를 번복하고 수락의사를 나타냈다.

정화개혁회의측은 양산 통도사에서 정화불사대중연합 총회를 갖고
"제2정화불사" 완수를 다짐하는 등 전의를 다지고 있다.

또 선거로는 종권을 차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직무대행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청구취지를 변경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 전망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듯 했던 이번 사태는 고산 스님이 최근
재판부에 항소포기서를 제출함에 따라 양측의 무력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일단
줄어들었지만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총무원측은 12일 임시중앙종회를 열어 선거법 개정 문제와 선거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빠른 시일 내에 새 총무원장을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고산 스님은 출마를 고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종단의 법통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일후보가 추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화개혁회의측의 원학 직무대행 대변인은 "법원이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절차를 무효로 판결했기 때문에 다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택 총무부장에 대해서도 "자격이 없는 고산 스님이 임명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앞으로 정화개혁회의측은 원택 총무부장의 직무정지, 현 집행부의 퇴거단행,
총무원장 선거중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등 법정소송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선거과정을 물리력으로 방해하거나 승려대회를 통해 청사 재점거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양측간에는 마땅한 중재자가 없는데다 감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어
협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불교계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양측이 모두 현실을 인정하고 종단화합과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