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지구상에 60억번째 인구가 태어나는 날.

UN(국제연합)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유명작가 14명의 메시지를 모아
"60억번째 세계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을 내기로 했다.

이 책은 12일 전세계에서 동시출간된다.

한국어판은 도서출판 들녘에서 나온다.

서문은 코피 아난 UN사무총장이 썼다.

편지를 보낸 작가는 "악마의 시"로 유명한 살만 루시디를 비롯 에어리얼
도프만, 마리스 콩데, 코니에 팔멘, 푸라무디아 아난타 투르, 안트예 크록,
덩 투 훵 등 각국의 내로라하는 문인들이다.

국적과 피부색,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세계인이 함께 지구의 미래를
생각해보자는 의도에서 다양한 개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마리스 콩데(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네 목소리가 아무리 가냘프다
하더라도 넌 자신의 의견을 용감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만 돼. 힘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풍성하게 하는 유익한 이미지를 공급하는 능력이기도 해"라며
곧 태어날 아기에게 "미래의 양심"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살만 루시디(MIT명예인권 교수)는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편견을 지적하며
"너는 헛된 믿음에 매달릴 필요가 없단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이용하고 습득하면서 성장하다 보면 인류도 함께 성장할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유치한 믿음과 행위도 그만두겠지"라고 조언했다.

에어리얼 도프만(듀크대 교수)은 부조리로 가득찬 이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하는 아기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태어나지도 않은 이 아기는 "당신들의 세계는 너무나 찢어지고 나뉘어 있어
지금 살고 있는 사람조차 거기에 속해 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죠"
라고 일침을 놓는다.

인종과 빈부격차, 국가와 종교차이를 초월한 평등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코피 아난은 신생의 아기에게 기성세대의 아픔을 알려주면서 인류가 지켜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준다.

"아가야, 너는 세번째 밀레니엄의 막바지 시점에 태어남으로써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너의 이웃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일깨워주었단다. 그 교훈이란 처음
삶을 시작할 때 맹세했던 성스러운 약속들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 하는 것이지. 너는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왜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천사란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