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유네스코 본부 및 한국미래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4~6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각국을 대표하는 30여명의 학자들은 "보편윤리와
아시아적 가치"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문화와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했다.

21세기 인류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이런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아미타이 에치오니(미국사회학회장), 투 웨이밍(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장), 김태길(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보편윤리와 아시아적 가치의
공존가능성에 긍정적인 주장을 폈다.

이들은 서구적 가치관의 한계에 대해 유교의 공동체주의, 인 등이 보완역할
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에치오니는 "가치는 원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가치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보편윤리와 아시아적 가치는 충분히
조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 웨이밍도 의무감 자제심 수양 교육 예절 정부의 지도력 등을 강조하는
아시아 경제발전 모델을 이상적 자본주의 모델로 평가했다.

반면 전상인(한림대), 장 지엔강(중국사회과학아카데미), 한상진(한국정신
문화연구원장) 등은 아시아 가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유교적 집단주의의 폐해, 아시아적 가치의 허구성 등을 지적했다.

전상인 교수는 "냉전종식 이후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국에 맞서 아시아 단결
을 외쳐온 리콴유나 마하티르 등 정치지도자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네스코는 2001년 유엔이 제정한 "문명간 대화의 해"를 기념해 48년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을 대체할 "보편윤리선언"을 준비하기 위해 97년부터
학술회의를 열어왔다.

이번 제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해 선언문을 마련할
예정이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